“리비아 특수 사라지나” 건설업계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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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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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앞날 불투명…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체제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이집트에 이어 또다시 후폭풍에 시달릴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이집트와 리비아는 한국의 중동 전체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지만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민주화 시위가 번지면 한국이 그동안 누려온 ‘중동 특수’가 송두리째 사라지지 않을까 고민이 크다.

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동안 건설사를 앞세워 리비아와 활발한 경제교류를 해온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비아는 1977년 주택 건설을 처음 시작한 삼성물산에 이어 한국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1978년 가라니우스의대 신축공사를 비롯해 도로 병원 발전소 플랜트 등 리비아 공공시설의 대부분을 맡다시피 했다. 1980년대 한국 기업들은 미국 등 선진국들이 대(對)리비아 경제 제재로 교류를 단절한 틈을 타 대규모 플랜트 공사와 함께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의 수출을 꾸준히 늘려왔다.

1983년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양국 관계의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동아건설의 대수로로 인해 사막국가인 리비아의 대부분 도시가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면서 두 나라는 더욱 가까워졌다. 그 덕분에 대우자동차도 1997년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리비아 내에서 50% 수준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게 됐으며 리비아 국민들에게는 ‘코리아’보다는 ‘셰리카 대우(대우 회사)’라는 표현이 더 친숙해졌다.

특히 2004년 미국이 리비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한 뒤 2006년 경제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정부 차원의 경제교류를 크게 확대해왔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리비아로부터 올린 무역흑자 규모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5년 3억6500만 달러였던 대리비아 수출액은 지난해에는 14억1100만 달러로 늘어 무역흑자액도 같은 기간 3억6000만 달러에서 12억4000만 달러로 3배가량 증가했다.

한국의 리비아 진출은 1969년부터 통치해온 카다피 체제 아래서 이뤄졌다. 특히 대수로 3, 4단계 공사를 맡고 있는 리비아 국영기업 ANC 역시 리비아 건설부 차관이 사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카다피 원수가 직접 개입했다. 이 때문에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카다피가 물러나면 당장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의 움직임도 한국 기업들엔 부담이다. 원유와 가스 관련 장비 수출입금지, 항공기 운항 중단 등 경제 제재를 재개하면 국내 수출기업들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가 카다피 일가의 해외자산을 동결하는 등 금융 제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리비아와의 수출대금 거래처가 막힐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그나마 희망을 갖는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리비아인들의 성향을 파악하며 다양한 인맥을 쌓아놨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부족 지도자급의 자녀 등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네트워크를 쌓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지 인력 채용은 합법적인 수단이었고 공개하기 어려운 다양한 네트워크 관리 노하우가 있다”고 밝혔다.
▼ UAE-사우디까지 시위확산될까 우려 ▼
중동발 위기, 한국 영향은


그러나 또 다른 건설사의 관계자는 “아무리 네트워크가 탄탄해도 만약 현 체제가 무너지면 새로운 업무 절차가 마련될 것에 대비해야 하는데 적응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사업 기회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정국이 다시 안정되면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낙후된 도로, 전력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며 “한국 건설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필수인력을 현지에 남기는 것은 그때 가서 ‘리비아에 의리를 지켰다’는 이미지를 무기로 수주전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의 ‘리비아 실적’은 결국 국제사회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병옥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유엔이 리비아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만큼 한국도 리비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며 “카다피 일가가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수준에 따라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비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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