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과 맞짱” HP 모바일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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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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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웹OS’ 사용한 태블릿PC-스마트폰 공개

HP는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했다. 스티븐 맥아더 HP 수석부사장이 ‘터치패드’ 태블릿PC를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올여름부터 판매한다. HP 제공
HP는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했다. 스티븐 맥아더 HP 수석부사장이 ‘터치패드’ 태블릿PC를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올여름부터 판매한다. HP 제공
HP가 1960년대 반도체 산업을 시작하자 ‘실리콘밸리’라는 말이 생겼다. 하지만 회사의 핵심 멤버들은 HP를 떠나 경쟁사를 차렸다. 1970년대 말, HP 개인용컴퓨터(PC) 초기모델을 만들자 PC 시장이 열렸다. 하지만 시장은 애플과 IBM이 휩쓸었다. 2000년대 HP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모바일 시장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이 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가져갔다.

그래도 HP는 오뚝이처럼 버텼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제품을 직접 생산하며 반도체 위기를 넘겼고, 프린터를 만들어 PC 판매를 늘리며 PC 위기도 극복했다. 23일 HP는 중국 상하이에서 ‘모바일 승부수’도 던졌다. 지난해 4월 경쟁자였던 ‘팜(Palm)’을 인수한 뒤 개발한 모바일 기기용 운영체제 ‘웹OS’와 이를 사용한 태블릿PC,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안드로이드나 윈도폰 OS를 사용할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필 매키니 HP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델, 노키아 등은 자체 OS를 만드는 대신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와 MS의 ‘윈도폰7’ OS를 사용하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구글이나 MS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였다.

팜은 HP에 인수되기 전 얼리어답터와 비즈니스맨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의 인수전에 HP 외에도 델, HTC 등이 뛰어들었던 이유다. 게다가 MS도 최근 노키아와 손잡고 윈도폰7 OS를 사용한 스마트폰을 만들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바다’라는 자체 OS를 이용한 스마트폰을 세계적으로 500만 대 이상 팔았다. 지난해가 애플과 구글의 양강 시대였다면 올해는 스마트 기기 시장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날 HP는 ‘터치패드’라는 태블릿PC와 신용카드 크기의 소형 스마트폰 ‘비어(Veer)’, 비즈니스용 스마트폰 ‘프리3(Pre3)’를 새로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서로 다른 용도를 갖고 있었지만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특징이었다.

신제품을 소개한 스티븐 맥아더 HP 수석부사장은 “오늘 선보인 웹OS 기기의 특징은 서로 연결된다는 것”이라며 프리3 스마트폰으로 뉴스 웹사이트를 연 뒤 이 스마트폰으로 터치패드를 톡 건드렸다. 그러자 터치패드에 이 웹사이트의 주소가 자동으로 전송돼 같은 뉴스가 떠올랐다. 맥아더 부사장은 “앞으로 PC와 다양한 전자제품이 이런 방식으로 서로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이 없으면 애플이나 구글과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HP는 PDK(플러그인 개발키트)라는 기술을 도입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이는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C나 C++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들면 이를 쉽게 웹OS용 앱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매키니 CTO는 “유명한 아이폰용 게임인 ‘앵그리버드’의 개발업체가 이 게임을 안드로이드용으로 바꾸는 데 두 달이 걸렸지만 PDK를 사용해 웹OS용으로 바꾸는 데는 단 사흘이면 충분했다”고 말했다.

상하이=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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