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혁명에 ‘윈텔 동맹’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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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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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판매량 PC 첫 추월… 인텔 주도 반도체시장 지각변동

“이제 ‘윈텔(윈도+인텔) 동맹’도 모바일 시장에선 옛 얘기가 돼 버렸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주축으로 한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서 예전과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의욕적으로 내놓은 차세대 PC용 프로세서인 ‘샌디브리지’에 결함이 생겨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본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인텔은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인텔의 프로세서에 윈도 운영체제(OS)만 돌아가도록 설계하는 식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여 온 것.

하지만 인텔과 MS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MS는 윈도로 전 세계 PC OS의 90% 이상을 차지했으나 스마트폰 OS(윈도폰7)에선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밀려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인텔도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 AP(PC의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영국의 ARM에 뒤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등 후발업체들이 PC와는 달리 아직 ‘무주공산’인 모바일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수십 년간 인텔이 주도한 반도체 시장에 모바일이 이끄는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1억90만 대로 PC(9210만 대)를 처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기능상으로 PC와 별 차이가 없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넷북 등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PC용 D램 시장규모가 지난해 403억 달러에서 2013년 261억 달러로 줄어드는 반면에 모바일 D램은 전체 D램 시장의 6.2%(2009년)에서 16.5%(2014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의 매출비중을 지난해 25%에서 올해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하이닉스도 모바일 D램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70% 이상 늘릴 계획이다. 특히 삼성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독자 모바일 AP인 ‘오리온’을 최근 개발하고 자사 반도체 제품 중 처음으로 ‘엑시노스(Exynos)’라는 전용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삼성이 여태껏 약체로 평가받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영상을 전자신호로 바꿔주는 휴대전화용 이미지센서를 집중 육성해 올 2분기 800만 화소, 3분기 1200만 화소 제품을 연달아 생산할 계획이다. 테크노시스템스리서치에 따르면 800만 화소 이상의 모바일 이미지센서 시장규모가 올해 6000만 대에서 2014년 2억2000만 대로 연평균 54%씩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에선 인텔도 서버와 PC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ARM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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