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제값 받으려 배수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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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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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내달 법정관리 졸업… 1인당 생산대수 450% 급증
정상화 뒷심 이유일 관리인

쌍용자동차가 다음 달 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종료를 선언할 예정이다. 연간 매출 2조 원가량의 큰 덩치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에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친 기업 회생의 모범사례다. 쌍용차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 됐고, 제값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협상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생산성 높여 기업가치 올리고

21일 쌍용차에 따르면 구조조정 전인 2009년 2∼4월 쌍용차의 1인당 생산대수는 1.6대에서 지난해 10∼12월 8.87대로 크게 증가하고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6시간에서 46시간가량으로 줄었다. 그만큼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고 기업가치가 올라간 것. 이 배경에는 약 7100명이던 직원을 4700명으로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었다.

강성 노조는 70일 이상 도장공장을 점거하며 유례없는 극한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파업이 2개월 이상 계속되고 차량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손실액은 3000억 원을 넘어섰다. 만들어놓은 차도 팔지 못해 판매망이 무너질 정도가 됐다. 하지만 쌍용차 법정관리인들은 ‘여기서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쌍용차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구조조정의 아픔을 견딘 쌍용차 노사는 새 주인을 찾는 일에 한마음으로 나섰다.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무분규를 선언하며 인수 후보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동안 이유일 법정관리인(사진)은 전 세계의 주요 자동차회사를 찾아가 회사 비전을 설명했다.

○ ‘제값’ 받기 위해 배수진 협상도

새 주인이 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는 처음부터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협상 과정에서는 여러 차례 속을 썩였다는 게 매각 주간사회사와 채권단 측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대금 지급조건 등을 둘러싸고 마힌드라와 채권단 측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입찰이행 보증금이 마감 당일에야 겨우 입금됐다는 후문이다. 이때 쌍용차와 채권단 측 협상팀은 “우리 조건을 받아들이든지 협상을 결렬시키든지 하라”고 배수진을 쳤다고 한다. 결국 마힌드라가 인수대금으로 5225억 원을 내기로 하고 지난달 산업은행과 쌍용차 채권단 및 주주들이 “그 정도면 괜찮다”고 합의해 남은 빚 1161억 원을 탕감해주면서 쌍용차는 기업회생의 마지막 장애를 넘기게 됐다.

한편 마힌드라는 이유일 관리인을 쌍용차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힌드라와 쌍용차 측은 “아직 법원에 새 CEO를 통보하는 등 공식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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