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윤증현 재정 vs 통신업계 통신비용 적정성 논란, 진실은?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① “통신요금 너무 비싸” vs “OECD 중상위권 수준”
② “통신업체들… 이익” vs “시설투자 많이…” ③ “요금 인가제…” vs “후발업체 피해…”

“통신 3사가 지난해 3조6000억 원의 이익을 냈는데 이는 소비자에게서 나온 것이다.”

9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말과 함께 “통신 가격을 낮출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 물가잡기’ 총력전에 나선 정부는 휘발유값과 더불어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통신 요금을 향해 포문을 겨누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가 ‘통신비 20% 인하’였기 때문에 정부로선 이참에 통신업계에 강한 압박을 할 태세다.

초긴장 상태에 빠진 통신업계는 “만만한 게 우리냐”며 볼멘소리다. 국내 통신 요금은 과연 얼마나 비싼 걸까. 윤 장관의 지적은 일리가 있는 걸까.

①한국 통신 요금 비싼가?

통신비의 국가별 비교 자료 중 가장 공신력 있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년마다 발표하는 통신 요금 관련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은 OECD 평균보다 통신 요금이 비싸지만 전체적으론 34개 회원국 중 중상위권 수준이다.

한국은 한 달에 음성통화량 44분, 문자메시지(SMS) 33건을 사용하는 소량 사용자의 요금이 18.9달러로 25위, 중량(114분, 50건) 사용자 요금이 28.3달러로 19위, 다량(246분, 55건) 사용자 요금이 38.6달러로 15위였다. 1위에 가까울수록 요금이 싸다는 것을 뜻한다. OECD 30개국 평균은 소량 요금이 13.6달러, 중량 요금이 26.5달러, 다량 요금이 40.8달러였다. 하지만 2009년은 국내에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이라 만약 지난해에 조사했다면 중상위권보다 통신비가 더 비싼 국가군에 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계통신비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 2003년 가구당 11만 원대였던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지난해 3분기 14만4645원으로 올랐다. 가계통신비는 휴대전화 기기값, 초고속인터넷 요금, 이동통신비를 모두 포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계 지출에서 이동통신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전세금(6.6%)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일반 전화비와 인터넷 요금 등을 더하면 비중은 6%에 가까워진다. 재정부가 통신비를 공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계지출에서 비중이 높아 통신비를 낮추면 물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요금 수준이 갑자기 높아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용량과 상관없이 3만5000∼9만5000원의 요금을 납부하는 정액요금제에 가입한다. 더군다나 사용량이 많지 않은 소비자도 전화기 가격을 낮추거나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받기 위해 4만5000원 또는 5만5000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2.6%가 매달 4만5000∼9만5000원의 정액요금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한 달 평균 3만5000∼3만7000원을 낸다.

②통신업체들 이익 많이 내나?

윤 장관은 3조6000억 원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4조7000억 원에 이른다. 영업이익률이 SK텔레콤은 16%, KT는 10% 수준이다. 물론 내수 서비스 기업의 특성상 이들의 수익은 대부분 국민이 내는 통신 요금에서 나온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매출의 90%와 75%가 통신 요금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수익을 내야 새로운 통신망 관련 투자를 실행하고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조8500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2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올해 7월부터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약 3조 원을 투자한 KT는 올해는 3조20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산꼭대기, 지하철, 지하주차장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휴대전화가 가능한 나라는 촘촘한 통신망을 가진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또 지난해 초당과금제, 무제한 데이터 통신 등의 도입으로 통신 요금을 낮추기도 했다.

③통신 요금 인가제 폐지하면 가격 내려가나?

윤 장관은 가경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통신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제도는 무선통신의 경우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만 적용되는 제도로 요금제를 바꿀 때 방통위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1위 사업자가 가격을 무리하게 내리면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다른 사업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두는 제도다.

하지만 재정부는 인가제를 폐지하면 자유경쟁체제로 인해 통신 요금이 낮아져 소비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에 대해 통신 쪽을 총괄하는 방통위는 인가제 폐지는 시장을 급격히 교란할 우려가 있어 당장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신 요금 태스크포스가 구성되면 인가제 방식의 적정성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계획이다. 또 방통위는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스마트폰 무료 음성통화 20분 확대, 노인전용 요금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