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초콜릿과 궁합 맞는 와인’ 입안에 사랑이 사르르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전 세계 많은 인터넷 와인숍(외국에서는 인터넷으로 와인을 파는 것이 가능하다)에서는 저마다 이날을 겨냥한 기획전이 한창이다. 라벨에 하트를 그려 넣었거나 사랑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와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 사랑 고백에 자주 등장하는 장미꽃의 이미지 덕분에 장밋빛 와인(로제 와인)도 이 시기의 단골 아이템이다.

초콜릿과 세트를 이룬 와인도 여럿이다. 이런 세트 중 일부는 맛을 염두에 두고 짝을 지었다기보다는 밸런타인데이의 낭만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초콜릿과 샴페인을 함께 소개했을 리가 만무하다.

혹자는 단맛이 나는 샴페인 아니겠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초콜릿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단맛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국내에도 최근 카카오 함유량이 높은 쓴맛의 다크 초콜릿이 나와 있지만, 초콜릿은 원래 달콤한 맛뿐 아니라 씁쓸한 맛도 가지고 있어 단지 단맛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무리가 있는 먹을거리다.

다른 음식과 달리 초콜릿은 금방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입 안에 남아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입 속에서 초콜릿의 쓴맛과 단맛에 밀리지 않으면서 더욱 긍정적인 맛의 조화를 이끌어낼 만한 힘을 지닌 와인은 많지 않다. 아예 이 둘의 조화를 포기하고 초콜릿은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을 정도다.

초콜릿이 가진 쌉싸래한 맛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고 싶다면 쓴맛이 강한 초콜릿에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이보다 덜 쓴 초콜릿에는 시라즈를 함께 맛보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반면 달콤한 황홀경에 푹 빠지고 싶다면 와인도 단맛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프랑스의 주정강화 와인인 뱅 두 나튀렐과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은 초콜릿과 어울리는 와인으로 가장 먼저 언급된다.

이 와인들은 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포도즙에 들어 있는 당분을 모두 알코올로 변환시키기 전에 주정이나 브랜디를 넣어 이 과정을 막는다. 그 덕분에 이들은 높은 알코올 도수와 단맛이 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니울스, 모리, 리브잘트 같은 유명한 뱅 두 나튀렐은 모두 스페인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의 최남단 와인 산지 루시용에서 생산된다.

이 중에서도 주로 그르나슈 누아르를 이용해 만든 벽돌 색깔의 바니울스와 어느 정도 숙성된 모리는 초콜릿의 쓴맛과 단맛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든 각각 색다른 경험의 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초콜릿 종결 와인’이라 하겠다.

와인과 음식을 매칭할 때 대개 비슷한 빛깔끼리 어울린다는 원칙은 여기서도 잘 맞아떨어진다. 뮤스카 품종으로 만든 호주산 스위트 와인과 리브잘트는 밀크 초콜릿이나 화이트 초콜릿과 함께할 때 한결 섬세한 미각의 즐거움을 준다. 포트 와인도 마찬가지다. 색이 진한 루비 와인에는 달콤쌉싸래한 초콜릿이, 맛도 빛깔도 루비 포트보다 한결 부드러운 타우니 포트에는 쓴맛이 조금 덜한 초콜릿이 한결 조화롭게 어울린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텐이어 올드 타우니 (테일러)


‘황갈색’이란 뜻의 타우니는 진한 루비 빛깔의 포트가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치며 얻은 색상을 가리킨다. 아몬드나 마카다미아 같은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릿이라면 이 견과류가 초콜릿의 강한 맛을 한 톤 정도 낮춰 줄 테니 루비 포트보다 타우니 포트를 먼저 추천하고 싶다. 시간의 테가 쌓일수록 이곳의 타우니 포트는 초콜릿과 커피의 향기를 풍부하게 발산한다. 테일러사(社)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트와인 생산자 중 하나로, 국내에서도 30년 숙성 타우니 포트를 구입할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