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통찰에 눈뜨는 3가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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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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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성공 의지 ②고객 관찰 ③경험 공유

DBR 그래픽
DBR 그래픽
서랍처럼 문을 앞으로 여닫는 특별한 세탁기가 있다. 영국 웨일스에 사는 리즌이라는 남자가 개발한 독특한 세탁기다. 디자인과 사용방법을 보면 혁신적인 사고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리즌은 이런 세탁기를 생각하게 됐을까?

리즌은 운동을 좋아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땀에 젖은 옷을 세탁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세탁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수많은 세탁기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던 그는 크게 세 가지 의미 있는 발견을 하게 된다. 첫째, 세탁물을 넣고 뺄 때면 쪼그려 앉아야 한다. 둘째, 세탁조 안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셋째, 세제를 얼마만큼 넣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세탁할 때 공통적으로 겪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발견한 리즌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세탁물을 위에서 넣는 기존 세탁기와 앞에서 넣는 드럼세탁기를 결합하는 방법이었다. 리즌의 세탁기는 서랍처럼 여닫으므로 세탁물을 넣고 뺄 때 쪼그려 앉을 필요가 없다. 세탁물을 투입하고 꺼내기도 여타 세탁기보다 훨씬 쉽다. 더군다나 무게를 자동으로 감지해 세제량을 알아서 조절해 주므로 주부의 일손도 덜어준다.

우리는 이 세탁기가 실제로 얼마나 훌륭한지는 잘 모른다. 워낙에 소량 생산이고 경매로 판매하기 때문에 아직 우리가 제대로 성능을 시험하고 결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이 세탁기는 통찰의 관점에서 매우 유용한 사례다. 리즌이 이 세탁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충분한 의도 △행동의 관찰 △경험의 공유라는 3가지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즉,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충분한 의도를 가지고 소비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험을 공유해 훌륭한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리즌의 세탁기 발명처럼 충분한 의도와 행동의 관찰, 경험의 공유, 이 세 가지가 잘 녹아 있는 흥미로운 사례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경동보일러 광고다. 이 광고의 아이디어를 기획한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 기획가이자 대한민국 광고인으로는 유일하게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1세대’ 광고인인 이강우 선생이다. 경동보일러로부터 TV 광고기획을 의뢰받은 그는 제품의 특장점을 꼼꼼히 살펴보고 보일러 사용자들을 3일 동안 면밀히 관찰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보일러 판매상도 며칠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딱히 맘에 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재래시장의 보일러 가게에서 신혼부부를 발견하게 된다. 이 선생은 우연히 이 부부의 대화를 듣게 된다. “여보, 날도 추워지는데, 시골에 계신 아버님, 보일러나 하나 바꿔 드리자.” “그래, 그럽시다. 나이도 많으신데 춥게 지내시게 할 수는 없으니까….” 시골에 계신 부모님 댁에 보일러를 바꿔드리려는 효자, 효부의 얘기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말이었지만 며칠간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던 이 선생은 안 풀리던 문제가 단번에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바로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온 경동보일러 광고,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하나 놓아드려야겠어요” 편의 탄생 스토리다.

이 광고는 시골에 부모를 두고 있는 자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그 결과 경동보일러는 몇 년 치 재고 분량까지 모두 판매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프로젝트마다 충분한 의도를 갖고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걸 원칙으로 삼는 이강우 선생의 광고기획 철학이 빛을 본 사례다.

○ 충분한 의도

성공은 그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충분한 의도에서 시작한다. 대개 실패하는 사람은 적당히 노력하다 안 되면 포기한다. 그러나 성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의도에 따라 이뤄진다. 우리는 지금 통찰을 다루고 있다. 통찰이란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하는 일이다.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하는 게 쉽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 아는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어떤 모순이 숨어 있고 어떤 결핍이 내재돼 있는지 좀처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모순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모순의 핵심 이유를 밝혀 표면 아래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도가 필요하다. “이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겠어”라는 자신과의 약속이면 충분하다.

○ 행동의 관찰

통찰의 열매를 맛보기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조건은 소비자들의 말을 듣기보다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늘 익숙한 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불만사항이나 욕구를 말로 표현하지도 않는다. 소니가 1980년 워크맨을 처음 만들고 신제품 수용도 조사를 했다. 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아 보니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누가 오디오를 들고 다니면서 듣겠습니까? 이건 난센스입니다.” 그러나 소니는 워크맨을 대량 생산해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람들은 점점 휴대하기 편하며 가볍고 작은 사이즈의 물건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이미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휴대하고 다녔고 더 다양한 곳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말은 안 했지만, 이미 행동으로는 휴대용 오디오를 갈망하고 있었다. 오디오 기기는 크고 웅장한 거치식 기기인 게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이 소비자 의식 속에 박혀 있기는 했지만 실제 행동은 달랐던 것이다. 소비자의 행동을 통찰한 소니는 겉으로 드러난 소비자들의 반응(소형 휴대용 오디오는 난센스다)에 굴하지 않고 개발에 착수해 20세기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워크맨을 탄생시켰다.

통계학의 기본 개념에 ‘중심극한정리(Central Limited Theorem)’라는 게 있다. 대략 개체의 수가 30개를 이루면 그들의 특성은 정규분포를 따르게 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30명 정도의 의견과 반응만 차근차근 살펴봐도 대부분의 결핍을 찾아내는 데 문제가 없다. 특히 대한민국은 동질성이 강한 나라다. 지역별로 트렌드가 다르지 않고 동일한 트렌드를 쫓아가는 나라다. 미국이라면 인종도 다양하고 출신 국가도 제각각이라 세분 시장별로 따로따로 물어봐야겠지만 한국은 미국에 비하면 하나의 세분시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30명의 행동과 의견만 제대로 관찰하면 거의 정답을 알아낼 수 있다.

○ 경험의 공유

필자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에서 마케팅 수업을 받을 때의 일이다. 지도교수가 학생들에게 “귀사의 고객들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고객을 각자의 관점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은 자세하게 오랫동안 얘기하고, 어떤 학생은 짤막하게 상식적인 수준의 얘기를 했다. 한참 동안 고객에 대한 설명을 들은 지도교수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여러분은 고객의 경험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그들의 결핍을 이해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고객과의 경험을 제대로 공유하고 있다면 아무런 자료 없이도 한 시간 이상을 얘기할 것입니다. 반대로 고객과의 경험 공유가 돼 있지 않다면 5분을 넘기기 힘들 것입니다. 아무런 자료가 없어도 한 시간 이상 여러분의 고객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진정한 고객 전문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고객과의 경험이 공유되지 않으면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고 그들의 필요를 원천적으로 알 수 없다. 제대로 경험을 공유해야 고객들의 결핍을 발견하고 통찰을 얻어낼 수 있다.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4호(2011년 2월 1일자·창간 3주년 기념호)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직원들 만족도 높여야 외부고객 만족시킨다

▼ Special Report


“관료적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상사에게는 얼굴을, 고객에게는 엉덩이를 내밀게 된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관료적 조직에 대해 이같이 일갈했다. 관료적 조직에서 직원들은 고객보다 상사를 훨씬 더 신경 쓰게 된다는 의미다. 예측 가능성이 높았던 20세기 산업사회에서는 기계-관료제 모델(machine bureaucracy model)이 효율적 경영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점차 효력을 잃게 됐다. 이제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일선 현장 직원부터 중간관리자와 최고경영자들은 자신의 시선을 고객이 있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진은 ‘외부 고객 만족은 내부 고객 만족으로부터’라는 모토를 내걸고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새로운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인사 및 조직 관리 방안을 소개한다.



SNS 통한 마케팅 효과 극대화하려면…

▼ SNS Marketing


트위터의 파급력은 트위터 글을 언제 올리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이 트위터에 남긴 글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면 해당 트윗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팔로어에게 리트윗을 해줘야 한다. 여기서 리트윗은 트위터의 이용 시간과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나 트위터를 할 수 있는데 이용시간이 뭐 그리 대수냐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조사 결과 사람들이 리트윗을 많이 하는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5∼9시, 오후 11시∼오전 1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신 트윗을 확인한 뒤 곧바로 리트윗을 하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대신 점심시간 전후에 집중적으로 리트윗을 하거나 오후 일과를 마친 저녁이나 심야에 주로 리트윗을 한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트위터 메시지 확산 패턴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트위터로 메시지를 더 폭넓게 확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혁신에 대한 오해와 통념… ‘신화의 틀’을 깨라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많은 사람들은 찰나의 깨달음이 혁신을 낳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목욕하다 깨달음을 얻은 아르키메데스와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낸 뉴턴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실제로 혁신은 5%의 영감과 95%의 땀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더 많다. 혁신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에서부터 성공적인 상업화에 이르는 일련의 활동이 연결된 하나의 사슬이라고 생각해보자. 가장 시간 소비가 많은 곳은 떠올린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으로 전체 사슬의 끝단에 위치해 있다. 또 문제가 발생하는 곳도 사슬을 구성하는 여러 단계 중 뒤편에 위치한다. 현명한 기업은 혁신 가치 사슬 가운데 자사가 어느 지점에서 취약한지 잘 파악하고 있고, 강점을 강화하려는 노력보다 약점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혁신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통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혁신 활동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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