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단속 칼날, 왜 정유-통신업계 겨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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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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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무기로 가격 거품 유지” 표적 정조준

《 정부의 물가 단속 칼날이 식품업체에서 정유회사와 통신업계로 옮겨가고 있다. 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 경제부처 수장들이 정유·통신업계를 대표적인 독과점 산업으로 지목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가 이들 업계를 정조준한 것은 정유사와 통신업체들이 독과점 구조를 무기로 가격 거품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앞세워 휘발유 값과 통신요금 인하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
○ 4개 정유사가 시장 90% 안팎 장악

국내 정유산업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상위 4개 업체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이들 4개 정유사의 시장점유율은 10년 동안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유업계의 독과점 구조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정부는 정유업계의 독과점이 더욱 심해진 원인으로 석유제품 가격결정구조와 높은 시장진입 장벽을 꼽고 있다. 한때 정유업계 시장점유율의 7%를 차지했던 외국의 정유사들이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결정구조 변경과 시장진입 장벽으로 현재는 대부분 퇴출됐기 때문이다.

타이거오일 등 외국 정유사들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2000년 아시아 지역의 휘발유 수요가 크게 줄면서 휘발유 값이 국제 원유가격보다 싸지자 값싼 휘발유를 수입하여 국내에 대거 진출해 국내 정유사들을 위협했다. 원유(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휘발유 값을 정하던 국내 정유사들이 해외 정유사들의 가격을 따라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2001년부터 가격 기준을 외국 정유사와 같은 국제 휘발유가격(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으로 바꿔 전체 국내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 정유사들에도 막대한 돈을 들여 국내 정유사와 비슷한 수준의 의무저장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결정기준을 바꾸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외국 정유사들은 결국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철수하게 됐다.

이처럼 외국 정유사의 철수로 국내 정유사의 독과점 구조가 더욱 탄탄해지면서 가격경쟁이 느슨해졌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특히 휘발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오를 때는 휘발유 가격이 더 많이 오르고 반대로 원유 가격이 내려도 휘발유 가격은 그보다 적게 내려가면서 정유업계가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선진국과 반대로 가는 이동통신업계

SK텔레콤과 KT, LG텔레콤이 장악하고 있는 이동통신업계 역시 정부의 표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1,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의 시장점유율은 2001년 말 73.9%에서 2008년 말 82.0%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평균 이동통신 1, 2위 사업자 시장점유율이 같은 기간 82.4%에서 76.2%로 떨어진 것과는 정반대다.

이동통신회사들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한국과 같은 3, 4개의 이동통신회사를 두고 있고 통신업이 막대한 초기자본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독과점 구조는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이동통신회사들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정액요금제를 도입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최저 정액요금제는 3만5000원으로 일반 휴대전화 요금에 비해 크게 올라갔다. 영국 등 일부 외국 이동통신회사들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스마트폰 정액요금으로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이동통신 회사들도 통신요금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통화요금 역시 외국에 비하면 비싼 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의 이동통신 음성통화 요금은 2008년 기준으로 45.6달러로 이동통신 가입자 1인당 월평균 통화시간이 180분 이상인 15개국의 월평균보다 1.5배 이상 비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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