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들의 '2세대 럭셔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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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6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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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갤러리아포레’의 거실. 이 아파트 171㎡는 방 3개, 242㎡는 방 4개에 불과하다. 입주민의 90%이상이 자녀를 분가시키거나 해외에 유학 보낸 2인 가족이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한화건설
한화건설 ‘갤러리아포레’의 거실. 이 아파트 171㎡는 방 3개, 242㎡는 방 4개에 불과하다. 입주민의 90%이상이 자녀를 분가시키거나 해외에 유학 보낸 2인 가족이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한화건설
"바닥재는 이탈리아산 비안코 대리석을 레이저 커팅 한 것입니다. 거실 장식장은 이탈리아 장인이 제작한 '몰테니&C', 주방 가구는 나무와 돌 등 자연소재만을 사용하는 '미노티 쿠치네'를…."

한화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포레'의 모델하우스 내부는 전 세계 명품 가구, 가전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에 45층짜리 두 개 동 규모로 세워지는 전용면적 167~271㎡의 이 아파트는 올 6월 입주 예정이다.

서울 성북구 평창동의 타운하우스, 쌍용건설 '오보에힐스'의 일부 세대에는 3인용 엘리베이터가 집 안에 설치돼 있다. 지하1층에서 지상2층까지 이어진 내부 구조에 맞춰 이동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사뿐한 느낌의 계단 매트는 일본에서 수입한 천연섬유 '사이잘' 재질이다.

초고가의 고급 주택들이 분양 막바지이거나 입주를 시작하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화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강남의 타워팰리스 등 '1세대 럭셔리 하우스'들이 입주 10년차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고급 주택 공급이 뜸했던 만큼 최근 지어지는 '2세대 럭셔리 하우스'에 자산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분양되는 서울 시내 고급 주택들은 30억 원대 이상의 '초고가'인 것이 특징. 고급주택 분양업체인 건축미학 최원철 대표는 "30억 원은 '일반 부자'들은 부담스러워 하는 가격이다. '슈퍼리치(Super Rich·초고소득층)' 들을 겨냥한 고급 주택 트렌드는 소형 주택 붐과 함께 부동산 양극화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초대형 아파트에 방은 3개 뿐

최근 지어진 고급 주택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방 개수가 적다는 점이다. '갤러리아포레'의 전용 171㎡형의 방 개수는 3개에 불과하다. 전용 242㎡ 형의 방은 4개. 화장실 수와 방 수가 같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김태남 한화건설 차장은 "입주민의 90% 이상이 자녀를 분가시키거나 해외에 보낸 2인 가족이라 방이 많을 필요가 없다"며 "과거 비슷한 규모 주택들의 방개수가 5~6개였던데 비해 큰 변화"라고 말했다.

대신 안방은 중소형 아파트 전체 규모에 맞먹을 정도로 넓다. 242㎡형의 안방에는 액세서리와 가방까지 따로 진열할 수 있는 대형 드레스룸이 남편과 아내용으로 각각 설치돼 있다.

전용면적 271~330㎡의 18가구로 구성된 '오보에힐스' 역시 방이 3개다. 미닫이문을 닫으면 별도의 방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이 2개 더 있었지만 대부분 서재 등으로 활용된다. LIG건설이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분양 중인 '게이트힐즈' 역시 지하1층 지상2층인 전용 343~455㎡ 공간에 방을 3개만 배치했다. 황영근 게이트힐즈 소장은 "넓은 거실, 녹지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 등 공용 공간에 대한 수요가 더 크다"고 전했다.

● '1세대'에서 아쉬웠던 웰빙 강화

웰빙에 초점을 두는 것도 트렌드다. 1월 말 입주를 시작한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은 간호사, 테라피스트 등이 단지 내 웰빙 센터에서 1대 1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보에힐즈'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편백나무로 만든 히노끼 욕조. 욕실 옆에 창문을 달아 몸은 따뜻하게 공기는 차갑게 하는 노천욕 효과를 살렸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형할 수 있는 '게이트힐즈'의 지하층을 사우나, 히노끼탕 공간으로 만드는 입주자도 많다. 김용균 쌍용건설 과장은 "통풍, 환기 시스템, 녹지 규모 등을 보완한 것이 '2세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 에르마스 마케팅 도입한 고급주택 시장

지금까지 고급 주택 마케팅은 노출을 꺼리는 부자들의 특성상 1대 1로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이런 경향이 바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남더힐'의 고급 임대아파트들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 광고, 홍보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고급 주택들도 광고를 늘리는 등 과거와 다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자들 역시 자신이 사는 곳이 고급 주거지라는 사실이 홍보되기를 원한다. 5000만원이 넘는 가방의 실제 소비자는 극소수에 불과한데도 대중을 타깃으로 한 이미지 광고는 적극적으로 펼치는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의 마케팅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실제 소비자가 아닌 이들까지 '나도 갖고 싶다는 욕망을 꿈꾸게' 만드는 명품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이 고급 주택에까지 확대된 것이다.

부자학연구학회 회장인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경영학)는 "타워팰리스에 산다는 것이 이미지에 도움 된다는 사실을 경험한 부자들은 자신의 거주지가 명품 브랜드처럼 널리 알려지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그러나 비슷한 수준의 지인을 직접 소개해 이웃으로 끌어들이는 'MGM(members get members)' 방식을 선호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폐쇄된 커뮤니티(gated community)'를 구축하는 등 이중적인 심리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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