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대 욕실 개조 시장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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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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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축자재기업들 ‘부동산 경기 침체 탈출구 찾기’

#1. 광택 나는 검은색 서랍장 위에 세면대가 올려져 있다. 서랍장 안에는 타월과 향수, 목욕용 브러시가 있다. 창가의 욕조는 달걀 모양 같은 곡선. 침실 같은 분위기의 이곳은 욕실이다. 욕조에 몸을 담그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될 것 같다.

#2. 포근한 느낌을 주는 베이지색 욕실 벽면에 인조 대리석 선반이 달려 있다. 욕조는 길이 110cm, 높이 43cm의 ‘샤워 터브(shower tub)’ 형태다. 흔히 보던 욕조보다 길이와 높이를 줄여 어린이가 들어가 놀기에 적합한 디자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대림바스’ 쇼룸에는 집 크기에 따라 어울리는 9가지 스타일의 욕실이 설치돼 있다. 욕실 전문기업 대림바스는 지난해 12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바스플랜’이라는 이름의 욕실 개조 서비스를 시작했다. 욕실 전문가가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과 욕실 사용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공간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욕실 제품과 시공비를 포함한 가격은 300만∼2000만 원대. 3∼7일이면 상담, 실측, 시공까지 모두 끝내고, 시공 후 1년간 무상 애프터서비스가 제공된다.

지금까지 국내 욕실 개조 시장은 주로 기업 간 거래(B2B)였다. 위생도기 또는 욕실 타일 회사들이 건설업체를 상대로 영업했던 것.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직접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동네 인테리어 가게들이 맡았던 국내 가정용 욕실 인테리어 시장은 약 4000억 원대 규모로 ‘짭짤한’ 시장이다. 거실과 주방에 주로 쏟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욕실로 옮아갔다. 물 절약과 항균효과를 가진 제품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지난해 12월 바스플랜 서비스를 통해 욕실을 고친 주부 김효은 씨는 “쓸모없던 욕조를 없애고 그 공간에 샤워부스와 컬러풀한 아이용 욕조를 넣었다”며 “자연주의 인테리어에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만들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스타일의 고객들은 천장에 매다는 크고 동그란 샤워 수전(수도꼭지)을, 세련된 감성의 주부들은 히노키 욕조와 아이용 양변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욕실이 곧 ‘집안의 문화, 휴식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누스’라는 이름의 욕실 브랜드로 타일, 위생도기 등을 선보인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세균 잡는 음이온 타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비데 등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욕실 가구와 조명 등을 추가해 3년 내에 업계 트렌드인 ‘토털 배스’(모든 욕실 제품 구성) 서비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2006년 서울 강남 사옥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민 로얄&컴퍼니는 욕실제품을 전시한 쇼룸에 레스토랑과 와인 바, 갤러리, 북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 기업 블로그에는 욕실 제품뿐 아니라 건강과 맛집 정보까지 담아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들른다.

건축자재 기업인 KCC는 설계와 시공, 사후 서비스를 갖춘 ‘홈플랜’이라는 고품격 인테리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욕실 자재를 직접 고를 수 있다. 한샘도 시스템 욕실을 신성장사업으로 정하고 인테리어 전문업체를 대상으로 대리점 모집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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