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빨대형 경영자 vs 농부형 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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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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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는 인사철이다. 가장 변동이 많은 부서 중 하나는 일선 영업점이다. 영업부장, 지점장 등 영업부서 관리자들은 보통 주변 환경과 내부 영업력이 좋은 점포를 맡고 싶어 한다. 확보하고 있는 고객층은 어떤지, 잠재 고객들의 구매력은 어떤지 등 외부 환경과 영업사원의 영업력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영업 중에서도 어려운 편에 속하는 보험업의 일선 영업 관리자(지점장, 영업소장 등)들에게 어떤 점포를 맡고 싶은지 물어보면 흥미로운 답을 들을 수 있다. 영업 환경이 좋은 점포, 우수한 영업사원이 많은 점포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췄더라도 직전 1, 2년간 과거와는 달리 매우 탁월한 영업 실적을 올린 점포는 큰 인기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기피 대상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빨대’에 쪽쪽 빨렸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직전 영업 관리자가 판촉 수단이나 영업사원 지도를 통해 마치 ‘빨대로 빨아 마시듯’ 가능한 한 최대의 단기성과를 뽑아냈다는 뜻이다.

장기간 거래가 필요한 금융·보험 상품이나 고가의 내구재는 주로 인맥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지인을 설득해 고객으로 만들고,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이 아는 사람을 소개해 주면서 차츰 영업 기반을 넓혀가는 구조다. 하지만 우수한 영업사원이라 해도 자신이 아는 인맥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계약을 한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도 없다. 결국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계약을 쌓아나가면 미래의 성과는 줄어들게 된다.

영업사원들은 단기성과의 한계와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성과보상 등 각종 당근과 함께 인사 평가권이라는 채찍으로 무장한 ‘빨대’형 영업 관리자를 만나면 속도 조절이 어렵다. 빨대에 쪽쪽 빨린 영업사원들은 참다못해 다른 점포로 떠나거나 회사를 옮기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한 점포에서는 서비스 담당자가 부족해 기존 계약 유지와 관련한 관리 부담만 커진다. 다시 예전 수준의 영업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영업 분야 또는 특정 산업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한 기업이 고객을 어떤 관점에서 대하는지, 그리고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관한 문제인 만큼 모든 기업이 주목해야 한다.

고객관리 분야 전문가로 일대일 마케팅의 개념을 창안한 마사 로저스 박사는 경영을 농사에 비유했다. 한 작물을 재배한 밭에는 다른 작물을 심고, 일정 기간 땅을 놀리기도 해야 오랫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비료를 듬뿍 쓰면서 수익성이 좋은 작물만 계속 심으면 몇 년간 수확량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결국 그 땅은 못 쓰게 된다.

농사는 ‘작물’을 재배할 뿐 아니라 ‘땅’을 관리하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현재의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미래의 가치를 잠식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피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러 경영자가 신년사에서 ‘지속가능 경영’ 또는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10년 후 주력 사업을 키워내기 위해 ‘창조와 혁신’을 주문하는 경영자도 많다. 하지만 단기성과 중심의 평가·보상체계, 관리와 통제 중심의 인사제도로는 창조와 혁신, 지속가능한 성장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창조와 혁신을 실행하고 고객을 통해 그 결실을 보는 주체는 바로 직원들이다. 창조적 조직 문화를 배양하고 제도를 정비해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21세기 경영자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혹시 눈은 미래를 보고 있지만 몸은 과거의 관행에 따라 ‘빨대’처럼 움직이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3호(2011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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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재편하려면 의사결정 구조부터 바꿔라

▼ Harvard Business Review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은 조직 구조 변화를 통해 기업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고 대대적인 조직 재편에 나서곤 한다. 그러나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57개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조직 재편이 실제 유의미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확률은 30%대에 불과했다. 조직 구조 재편이 오히려 기업 가치를 파괴하기도 했다. 세 번이나 사업 구조를 재편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산을 면치 못하고 피아트에 합병된 크라이슬러가 대표적인 예다. 크라이슬러가 실패한 건 조직 구조와 성과의 상관관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풍부한 물자와 강한 전투력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전선을 진두지휘하는 장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업 구조도 이와 비슷하다. 의사결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성과와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의사결정에 중심을 둔 조직 구조 재편을 위한 6단계 방법론을 소개한다.



진정한
글로벌 경영을 위한 전략 수립 ABC

▼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기업의 국제화 전략에는 크게 글로벌 통합 전략과 현지화 전략이 있다. 전자는 세계 각국 시장에 동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고, 후자는 각국 소비자 고유의 특성에 부합한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이다. 많은 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 시 일반적으로 두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지만 두 전략은 모두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의 발전 단계 및 핵심 역량을 고려해 현지화 후 글로벌 통합이라는 식으로 두 전략을 순차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고객 중심 경영에 대한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고객 중심 경영은 소비자의 요구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지역적,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글로벌 경영의 시발점이다. 문휘창 서울대 교수가 한국 기업의 진정한 글로벌 경영을 위한 올바른 전략 수립 방법을 제시한다.



이기고 싶은가? 싸울만한 분야서 제대로 붙어라

▼ strategy+business


1960년대부터 등장한 개념인 경영 전략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 엄청난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전략을 언급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경영 전략의 올바른 활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경영 전략의 역사와 변화 양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등장한 주요 경영 전략은 크게 △포지셔닝(업계 내에서 차별화된 포지션을 창조하고 유지) △적응(시장 및 경쟁 구도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 △실행(사람 및 프로세스의 운영 고도화에 중점) △집중(현재의 핵심 사업에 주력)을 강조하는 4가지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전략은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전략을 제대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특정 전략을 절대 선으로 생각하지 말고, 해당 시점에서 유행하는 전략보다는 자사의 특성과 특정 전략 간 적합성을 중시하고, 같은 전략이 모든 기업에 똑같이 통용될 수 없다는 점부터 인지해야 한다. 경영 전략의 역사와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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