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100만 원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9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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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장중 한때 100만 원을 '찍으면서' 사실상 주가 100만 원 시대를 열었다. 1975년 6월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린 지 35년 7개월만의 일이다. 종합주가지수도 2,115선에 올라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9.21포인트(0.92%) 오른 2,115.69선으로 마감하며 종전 최고치(14일 2,108.17)를 넘어섰으며, 시가총액도 1181조4572억 원으로 종전 기록을 깼다. 이날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한국 증시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차례 100만 원대에 도전했다가 좌절했지만 이날 장중 100만 원을 찍은 뒤 9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곧 100만 원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심리적 저항선'인 100만 원 대에 올라섬으로써 스마트기기 시대에 삼성전자의 가능성에 대한 재평가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 글로벌 경제의 동반성장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티브 잡스 효과?' 꿈의 100만 원대를 노크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97만9000원으로 출발해 줄곧 강세를 보이다 오후 2시45분 100만 원을 찍은 뒤 전날보다 2만8000원(2.89%) 오른 99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100만 원을 넘는 고가주는 삼성전자가 처음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107만7000원이며, NHN 한전기술 삼성화재 SKC&C 등도 액면가를 5000원으로 환산했을 때 100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유독 삼성전자의 100만 원 등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위상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146조86710억 원으로 유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43%로 단연 1위다. 삼성전자가 주가상승에 엔진을 단 이유는 전날 경쟁업체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병명과 복귀시기를 밝히지 않은 채 병가(病暇)를 냈다는 소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IT분야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애플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전자가 상대적 수혜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것. 여기에다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일본 엘피다사가 D램 가격을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호재였다. 올해 1분기 중 반도체 시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에 기술력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가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매수창구 상위에는 모건스탠리, UBS 등 외국계 증권사가 줄줄이 포진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갤럭시S와 갤럭시탭으로 무장한 삼성전자가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리더그룹에 속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며 "1분기에는 100만 원 위아래로 오르내릴 수 있지만 애플 수준으로 재평가 받는다면 100만 원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의 삼성전자와 현재의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예전에는 반도체 경기에 따라 실적이 들쑥날쑥한 '경기 민감주'였다면 이제는 경기와 큰 상관없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해 안정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 주도주'라는 것이다.

이선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서면서 가격 결정력을 확실히 쥐게 됐다"며 "D램의 경쟁구도가 단순해질 경우 대형업체가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게 되며 그 수혜는 삼성전자가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는 평균 115만 원이었다.

●글로벌 경제의 동반성장 신호?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 원 대를 노크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동반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주가가 2,100선을 뚫기까지 원동력은 업그레이드된 한국기업의 경쟁력이었다. 중심에 선 기업이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등이었는데, 기아차와 현대차는 주가가 큰폭 상승하면서 재미를 본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11월만 해도 70만 원대에 그치는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처음 70만 원대에 올라선 게 2006년 초반이었으니 주가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고 봐도 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같은 IT종목은 선진국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주가가 회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는 신호가 나오고 유럽이 포르투갈 위기를 넘기는 등 선진국도 신흥국과 함께 경기회복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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