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운전이 더 재미있다” “연료가 더 적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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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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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의 화려한 변신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현대자동차가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올해 북미국제오토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신개념 차량 ‘벨로스터’는 특이한 외관 디자인이나 문이 3개인 비대칭 구조로 화제를 모았지만,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채택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해 연료소비효율(연비)과 운전의 재미를 높인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현대차가 양산차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변속기를 자동화된 수동변속기라는 의미로AMT(Automated Manual Transmission)라고 부른다. 현대·기아차는 이외에도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독자 개발 중이며, 올해 대형 고급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MW의 ‘M3’에 장착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
BMW의 ‘M3’에 장착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
점점 더 ‘고단수’ 되어가는 자동변속기

변속기는 자동차회사에 엔진과 더불어 자동차기술의 ‘양대 산맥’이나 마찬가지인 분야다. 같은 출력의 엔진이라도 변속기 기술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며, 변속기 기술은 주행감이나 운전하는 재미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우디 같은 경우 모델 특성에 맞는 다양한 특성의 변속기를 개발해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 팔리고 있는 모델에만도 6단 팁트로닉, 8단 팁트로닉, 멀티트로닉(무단변속기), S-트로닉, R-트로닉(AMT) 등 서로 다른 변속기가 적용돼 있다. 대형 세단 ‘뉴 A8’에는 부드럽고 빠른 8단 팁트로닉이, 스포츠카 ‘R8’에는 전자컨트롤 유닛이 기어 변속시간을 5배 더 빨리 계산하는 R-트로닉이 탑재되는 식이다.

BMW 5시리즈의 8단 자동 변속기
BMW 5시리즈의 8단 자동 변속기
수동변속기는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지만 사용하기 불편하고, 자동변속기는 사용하기 편하지만 동력 손실이 크며 운전하는 ‘맛’도 떨어진다. 자동변속기는 단수를 높일수록 힘의 손실률이 줄어들고 변속 충격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자동차회사들은 경쟁하다시피 고단변속기를 선보이고 있다.

BMW는 럭셔리 세단 ‘760Li’에 최초로 선보였던 신형 8단 자동변속기를 ‘뉴 550i’도 표준으로 장착했으며, ‘뉴 520d’는 세계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4기통 엔진 모델이다. 렉서스 ‘LS460’에 세계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도요타는 지난해 9월 국내 출시된 퍼포먼스 세단 ‘IS F’에 변속 속도가 0.1초인 8단 스포츠 다이렉트 시프트 제어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재규어 ‘뉴 XF’ ‘뉴 XK’ ‘올 뉴 XJ’는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재규어 전 차량에는 일반적인 기어 레버 대신 원형으로 생겨서 좌우로 돌리는 것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재규어 드라이브 셀렉터’가 적용돼 변속이 간편하다. 시동을 켰을 때 드라이브 셀렉터가 위로 솟아올라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걸 보며 느끼는 쾌감도 상당하다. 캐딜락도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5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6단을 만드는 방식을 추진하다 새로운 개념의 자동변속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 독자적으로 6단 변속기를 개발했다. ‘신형 그랜저’는 전 모델에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적용했다.

닛산 자동차 대부분에 장착되는 무단 변속기
닛산 자동차 대부분에 장착되는 무단 변속기
우린 아예 단수가 없지, 무단변속기

자동변속기의 단수가 높아진다고 차의 성능이 마냥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차의 무게가 늘어나고, 이미 6단쯤 되면 변속 충격은 미미하다는 게 중평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변속기 단수 경쟁’을 기술력 과시에 불과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준중형 ‘SM3’와 중형차 ‘SM5’, 닛산 ‘알티마’ ‘로그’ ‘무라노’ 등에는 이와는 완전히 개념이 다른 무단변속기(CVT) 기술이 들어 있다. 기어 대신 벨트나 체인을 사용하는 무단변속기는 이 벨트에 걸린 양쪽 바퀴의 지름이 수시로 바뀌면서 연속적으로 기어비를 조절한다. 각 기어 단수에 따라 기어비가 일정하게 설정된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달리 무단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전혀 없이 가속을 매끄럽게 할 수 있고 동력 손실도 적다.

르노-닛산 측은 “기존 자동변속기와 달리 긴 오르막길 같은 주행환경에서 기어 변환을 할 필요가 없고 내리막길에서도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단변속기에 대해서는 반응속도가 늦어 추월할 때 답답하다고 불평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운전의 재미보다는 부드럽고 조용한 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제격인 변속기인 셈이다. ‘프리우스’를 포함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들도 모두 무단 자동변속기(e-CVT)를 채택하고 있다.

아우디 ‘R8’에 들어가는 R-트로닉 변속기
아우디 ‘R8’에 들어가는 R-트로닉 변속기
수동-자동의 장점만 모은 AMT

듀얼클러치(DCT)와 푸조의 MCP 등은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자동변속기의 기능을 결합한 첨단 변속기다.

AMT는 BMW가 먼저 도입했고, 폴크스바겐이 대중화했다. 이후 포르셰 닛산 미쓰비시에 이어 현대차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AMT 중 듀얼클러치 기술이 대세인데, 변속기 안에 2개의 클러치가 있어 각각 홀수 또는 짝수 기어만 담당하면서 변속을 한다. 예를 들어 1번 클러치가 1단 기어와 연결돼 움직이고 있을 때 2번 클러치가 2단 기어와 연결돼 변속을 준비하고 있는 형태라 변속도 빠르고 효율성도 높으며, 변속 충격도 거의 없다.

폴크스바겐은 자사의 듀얼클러치인 DSG에 대해 “기어 변속을 100분의 4초 만에 끝낼 수 있고 필요하면 기어를 건너뛰어 변속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고의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한다”고 자랑했다. DSG 변속기는 ‘골프 TDI’ ‘골프 GTD’와 ‘파사트’ 전 라인, ‘CC’ 전 모델에 적용돼 있다. 포르셰는 “‘911 터보’의 경우 수동변속기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7초지만 PDK를 사용하면 3.4초로 0.3초가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푸조의 MCP는 연비 개선에 더 무게를 둔 AMT다. 푸조 차량들의 엄청난 고연비에는 전자식 제어시스템이 기어 변속을 최적화해 엔진 성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MCP 덕이 상당히 크다.

팁트로닉은 자동변속기를 기반으로 수동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흔히 중형 이상의 세단에서 D(주행) 모드 옆에 붙은 ‘+’ ‘-’ 표시를 생각하면 된다. 대개 주행 모드에서 기어 스틱을 옆으로 당기면 수동 모드로 전환되고 이를 앞으로 밀면 상향, 뒤로 당기면 하향 변속이 되는 형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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