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토끼, 올빼미, 솔로몬 공통점은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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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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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우리나라에서 토끼는 용궁에 끌려가서도 버젓이 살아 돌아올 정도로 꾀가 많은 동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속설이 생겨난 이유는 ‘귀’와 관련이 있다. 커다란 귀가 있어 토끼는 음파를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먼 데서 나는 소리도 잘 들을 수 있다. 그 덕분에 멀리서 천적이 다가와도 일찌감치 이를 파악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서양에선 올빼미가 지혜의 상징으로 통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의 신조(神鳥)가 바로 올빼미다. 어두운 밤 커다란 두 ‘눈’으로 사물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올빼미를 보며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야행성 동물을 현명한 영물로 생각했던 듯하다.

하지만 올빼미가 지혜로운 진짜 이유는 토끼와 마찬가지로 ‘귀’ 때문이다. 올빼미의 두 귀는 한쪽 귀가 다른 쪽 귀보다 높고 귓구멍 방향도 좌우가 서로 다른 비대칭 구조다. 이에 따라 올빼미는 상하좌우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미세한 시차를 감지해 음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특히 올빼미의 귀는 눈 주위로 움푹 파여 깃털로 덮여있는 안반(顔盤) 뒤에 감춰져 있는데, 올빼미는 이 안반을 움직이며 주변의 소리를 모아 뒤에 있는 귀로 전달한다. 눈과 귀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소리를 보는’ 능력을 가진 셈이다.

지혜로운 인간의 상징으로 솔로몬 왕이 자주 언급된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솔로몬이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옛 이스라엘 왕위에 올랐을 때 하나님께 ‘지혜로운 마음’을 구했다고 한다. 히브리어 성경 원문에 따르면 그가 ‘샤마(shama)’를 구했다고 쓰여 있는데 이는 ‘듣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원문을 좀 더 정확하게 살린 번역은 ‘듣는 마음’이다. 결국 동물(토끼, 올빼미)에게서나 인간(솔로몬)에게서나 지혜의 근본이 경청이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최근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종업원과 고객을 위해 헌신하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leadership)’이 각광받고 있다. 21세기 지식 경제 시대에는 예전처럼 리더가 카리스마를 토대로 조직원들을 이끌기보다는 상호 존중과 신뢰를 구축해 조직원 스스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이 더욱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분야 대표 연구자인 래리 스피어스는 섬기는 리더의 특징으로 경청, 공감, 치유, 인식, 설득, 폭넓은 사고, 통찰, 청지기 의식, 성장에 대한 헌신, 공동체 형성 등 10가지를 꼽았다.

이 중 가장 기초가 되는 필수 요건이 ‘경청’이다. 적극적·포용적으로 타인의 의견을 들어야 그들과 공감할 수 있고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해 폭넓은 인식과 사고를 토대로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한 자원 배분이 가능해지고 조직원들의 성장도 견인된다. 궁극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로서의 조직 문화가 형성된다.

신묘(辛卯)년 새해, 새 마음 새 뜻으로 새 비전을 제시하려는 지도자가 많다.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현대 사회에서 올바른 전략적 방향성과 통찰을 제시하는 ‘비전(vision)’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시력(視力)’과 동의어인 비전에 앞서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은 스피어스의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 ‘청력(聽力)’이다. ‘소리를 볼 수 있는’ 올빼미처럼, 올 한 해 타인의 이야기에 겸허히 귀 기울이는 ‘경청’의 리더십을 통해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3호(2011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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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크 10만 대군에 맞선 비잔틴 7000병사

▼ 전쟁과 경영


1453년 4월 메메드 2세가 이끄는 오스만튀르크 군이 비잔틴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쳐들어왔다. 10만 명이 넘는 튀르크 군에 맞선 비잔틴 육군 수비대는 고작 7000명이었다. 비잔틴의 해군 역시 교역하려고 콘스탄티노플 항구에 와 있다가 자원한 제노바와 베네치아 무역선 선원들로 갑작스레 꾸려졌다. 선원들은 해적과 별다르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불안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함락 위기에 몰린 콘스탄티노플에서 아비규환의 살육이 벌어지자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까지 피란민들을 구조했다. 특별히 선량하지도 않았던 그들이 놀라운 희생정신을 발휘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바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극한의 고통’을 공유한 데 따른 것이었다. 기업 현장에서도 계산과 이해관계만으로 얽힌 연대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공유가 있을 때 ‘놀라운’ 일을 기대할 수 있다. 비잔틴 군의 사례를 소개한다.


기업도 콜레스테롤 쌓이면 한순간에 몰락

▼ Harvard Business Review


기업에도 사람 몸처럼 콜레스테롤이 쌓일 수 있다. 조직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거나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인 상업용 부동산 관리회사인 존스 랭 라살은 세입자와 상업용 부동산 관리, 건축물 개발 프로젝트 등 기능별로 3개 사업부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각 사업부가 각각 다른 회사처럼 운영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겼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도 사업부가 협력해서 여기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존스 랭 라살 최고경영진은 2002년 별도 조직을 신설했다. 덕분에 이 회사가 뉴욕에서 관리하는 상업용 부동산은 25% 증가했다. 기업 콜레스테롤이 쌓이기 시작하면 겉보기에는 잘 돌아가는 듯한 회사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조기에 감지해서 막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트렌드를 주목하라, 당신 몸값이 올라간다

▼ Career Planning


1990년대 후반 명문대 공대를 졸업한 A 씨는 PC통신업계 선두기업이던 B사에 연구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만이 무기라고 여기고 연구에 몰두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변 직장 동료들은 하나둘씩 인터넷 통신회사로 이직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성실하게 일했다. 그러는 사이 시대 흐름은 인터넷 통신 쪽으로 돌아섰고, PC통신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A 씨는 PC통신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지만, 그를 원하는 기업은 이제 어느 곳에도 없었다. 그는 현재 통신 관련 중소기업에서 개발이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력을 잘 관리하려면 자신이 속한 분야의 다양한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에 급급해 자신의 산업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갖지 못하는 직장인이 많다.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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