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8, 9월경 세금과 관련된 수백 가지 제도가 한꺼번에 바뀌는 세제개편이 올해부터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세제도의 전면적인 변화를 꾀하는 세제개편은 새 정부 출범 같은 정치적, 정책적 환경 변화가 있을 때만 하고 법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바로잡는 문제는 그때그때 세법 개정을 통해 해소하기로 했다. 잦은 세제개편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세제개편이 연례행사처럼 관행적으로 되풀이돼 온 측면이 있고, 이에 따른 혼란이 계속돼 왔다”며 “(새 정부의) 새로운 국정철학에 맞춘 근본적인 세제개편과 통상적인 세법개정을 분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8월 말이나 9월 초순경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 일반 국민은 이를 ‘확정된 제도 변화’로 여겨 경제행위를 하는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그 개편안이 변질되거나 삭제 또는 연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예상 밖의 혼란이나 피해를 낳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세제개편안 중에서도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폐지 △세무검증제 도입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방침 같은 핵심 내용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무산 또는 변질됐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누더기가 되면서 국민에게 혼란만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제개편을 매년 하던 관행을 없애기로 한 것은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충고를 적극 수용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한국처럼 매년 세제개편을 연례행사처럼 하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야 국민이 어떻게 세제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세제가 너무 자주 바뀌면 세제개편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평가를 제대로 못 하면 앞으로 세제개편 목적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중복에 따른 항목 간 충돌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세제개편 항목은 시행령까지 포함해 매년 400개가 넘고 최근 5년간(2005∼2009년)의 개편 항목만 2272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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