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식 세제개편 올해부터 없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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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혼란만 안겨”… 제도와 현실 사이 괴리 그때 그때 바로잡기로

해마다 8, 9월경 세금과 관련된 수백 가지 제도가 한꺼번에 바뀌는 세제개편이 올해부터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세제도의 전면적인 변화를 꾀하는 세제개편은 새 정부 출범 같은 정치적, 정책적 환경 변화가 있을 때만 하고 법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바로잡는 문제는 그때그때 세법 개정을 통해 해소하기로 했다. 잦은 세제개편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세제개편이 연례행사처럼 관행적으로 되풀이돼 온 측면이 있고, 이에 따른 혼란이 계속돼 왔다”며 “(새 정부의) 새로운 국정철학에 맞춘 근본적인 세제개편과 통상적인 세법개정을 분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8월 말이나 9월 초순경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 일반 국민은 이를 ‘확정된 제도 변화’로 여겨 경제행위를 하는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그 개편안이 변질되거나 삭제 또는 연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예상 밖의 혼란이나 피해를 낳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세제개편안 중에서도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폐지 △세무검증제 도입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방침 같은 핵심 내용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무산 또는 변질됐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누더기가 되면서 국민에게 혼란만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제개편을 매년 하던 관행을 없애기로 한 것은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충고를 적극 수용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한국처럼 매년 세제개편을 연례행사처럼 하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야 국민이 어떻게 세제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세제가 너무 자주 바뀌면 세제개편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평가를 제대로 못 하면 앞으로 세제개편 목적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중복에 따른 항목 간 충돌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세제개편 항목은 시행령까지 포함해 매년 400개가 넘고 최근 5년간(2005∼2009년)의 개편 항목만 2272개에 이른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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