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주가는 불평등… 푸념말고 주도주 잘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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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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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격언- ‘지수는 올라도 나만 왕따’

해마다 이맘때면 많은 신문사가 신춘문예 공모를 한다. 문학에 뜻을 둔 사람들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겠다는 꿈을 갖는다. 기업들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생활수기를 공모하는 행사도 종종 있다. 자사 제품에 얽힌 사연이나 수필을 공모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특정 협회나 단체에서 수기를 공모하기도 한다. 산업안전 수기, 환경보호체험 수기, 농촌생활 수기 같은 것도 있고 보이스피싱 피해 수기를 모집하는 사례도 있다.

오래전에 일부 증권사가 투자체험 수기 공모를 한 적도 있었다. 만약 올해 개인투자자의 투자체험 수기를 공모한다면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연이 쏟아질 것이고 다음과 같은 시조도 한 편 나올 것 같다.

<개미의 눈물>

적금통장 헐어내고 담보대출 받아내서

이 종목 매수하고 저 종목 매도하니

판 주식 잘만 오르고 새로 산 것 바닥 없네.

주식시장 적응 못해 번번이 손절매라

어쩌다 수익 나도 5퍼센트 고작이네

길 잃은 개미투자자 어느 누가 돌보나.

깜박이는 시세판을 시시각각 바라봐도

지수는 오르건만 내 종목은 추풍낙엽

그놈의 주가 차별화 나만 왕따 당하네.

이 한 편의 시조에 개인투자자가 범하기 쉬운 잘못이 대부분 들어 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 적금통장을 해약한 것은 좋은데 그런 자금으로는 적립식 펀드를 들어야지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잘못이다. 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주식 투자는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주식, 저 주식 자주 샀다 팔았다 하면 상승 추세의 종목을 팔고 하락 추세의 종목을 붙들고 있게 되어 ‘장미꽃을 꺾고 잡초에 물을 주는’ 투자를 하기 쉽다.

주식 투자에서 손절매가 때론 필요하지만 습관처럼 손절매를 해서는 안 될 것이고 자칫하면 ‘반복적으로 작게 벌고 크게 잃는’ 전형적인 개인투자자의 실패 유형을 답습하게 된다. 또 주식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하는 것이므로 감독기관이 보호해 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각 증권사의 보고서도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이지 결과까지 책임지진 않는다.

시세판을 너무 자주 보면 자기도 모르게 뇌동 매매를 하게 된다. 가급적 시세판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종합주가지수가 오른다고 모든 종목이 다 같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지수가 올라도 내리는 종목은 있기 마련이다. 시장의 주도 종목을 잘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 주도 종목을 잡지 못하면 종합지수는 오르는데 자신이 보유한 종목은 오히려 내리는 ‘주가 차별화의 씁쓸함’을 맛보게 된다.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은 올해 종합지수가 많이 올랐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다 돈을 많이 벌었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틀린 것이다. 크게 번 사람, 평범하게 번 사람, 크게 손해 본 사람 등으로 나뉜다.

증시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주가는 늘 차별적으로 움직여 왔다. 1900년대 초반에는 철도와 광산 관련주가 차별적으로 상승했다. 1920년대 대공황 직전까지는 철강과 자동차업종이 독보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라디오, TV 등 전자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1960년대에는 항공산업과 반도체산업이 인기를 끌며 차별화를 이끌었다. 1970년대에는 ‘Nifty Fifty’(멋진 50종목)라는 이름 아래 소수의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전개됐다. 2000년을 전후해서는 인터넷 및 정보통신 관련주가 전 세계적으로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 그때그때의 경제환경과 주도산업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은 주도주와 비도주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주도주가 많이 올랐다고 따라잡기를 겁내는 투자자들은 비주도주를 사놓고 오르길 기다린다. 그러나 비주도주가 나중에 주도주를 따라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락하는 때도 많다. ‘뛰는 말을 과감히 잡아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만일 증시가 차별적으로 오르지 않고 전체적으로 같이 오른다면 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증시의 에너지가 전 업종에 걸쳐 분산되는 모습은 활황 국면의 막바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주가는 항상 차별화돼 움직이는 것인 만큼 주가 차별화에서 소외돼 푸념을 할 것이 아니라 주도주를 잘 잡아 차별화의 주인공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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