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조 넘는 부동자금 대기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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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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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까지 예금 50조 만기 도래… 증시-부동산行 불확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에 떠도는 단기 부동(浮動)자금이 550조 원을 웃도는 가운데 은행권에 잠겨 있는 정기예금 50조 원이 조만간 한꺼번에 만기를 맞는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은행권에 자금이 계속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중 자금부동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시입출금식예금과 요구불예금, 현금통화,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6개 항목의 자금을 합친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10월 말 현재 556조3989억 원으로 집계됐다.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해 12월 583조265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보이다 올해 5월 567조4919억 원에서 6월 576조9372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던 단기 부동자금은 10월 들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며 예금 등에 묶여 있던 시중자금이 움직이기 용이한 단기성 상품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현재 은행권에 묶여 있는 50조 원 규모의 정기예금 만기도 내년 1분기까지 집중적으로 도래한다.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말까지 만기를 맞는 은행권의 정기예금 규모는 총 50조4523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은행권의 전체 정기예금 잔액인 515조3298억 원의 10%에 달한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이번에는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의 재유치를 위해 고금리를 얹은 특판 예금은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은행권 자금이 넘쳐나 굳이 금리 경쟁에 나서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고점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들어가기에 주저할 것으로 보이며 부동산시장도 침체국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시중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대기자금에 묶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예금을 다시 유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어서 상당수 고객은 예금을 다시 은행에 묶어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자금의 단기 부동화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장기 저축에 대한 유인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지언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시중자금 단기 부동화 원인과 대책’ 보고서에서 “장기 저축에 대한 비과세 혜택과 세금우대 상품을 철폐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또 부동자금이 실물경제로 유입되도록 기업 구조조정 등을 지속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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