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리포트]박리다매 ‘다이소’에 손님 점점 몰리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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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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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약점? 서울 강남서 더 잘 팔립니다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 매장에 프라이팬, 양은 냄비, 밥그릇 등 다양한 주방용품이 전시돼 있다. 소비자에게 현금 1000원과 1000원짜리 상품을 주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 하나하나에 혼을 담고 있다고 다이소는 설명했다. 사진 제공 다이소아성산업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 매장에 프라이팬, 양은 냄비, 밥그릇 등 다양한 주방용품이 전시돼 있다. 소비자에게 현금 1000원과 1000원짜리 상품을 주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 하나하나에 혼을 담고 있다고 다이소는 설명했다. 사진 제공 다이소아성산업
2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다이소 강남1호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계산대 앞에 줄을 선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을 찾은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66)에게 ‘강남에서는 1000원짜리 물건이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박 회장은 “임대료가 비싸 남는 게 별로 없을 뿐이지 강남지역에 있는 10개 매장의 매출액은 높은 편”이라며 “사람이 명품만으로는 살 수 없고, 누구나 우리 매장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하면 이득이고, 이것이 생활의 지혜”라고 대답했다.

다양한 종류의 생활용품을 1000원 등 정해진 가격에 판매하는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이소가 이 시장의 절대강자로 우뚝 서 있다.

1997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1호점을 낸 다이소는 현재 전국에 58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체인으로 운영되는 균일가 전문점이 2곳 정도 더 있지만 매장 수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2001년 일본의 100엔숍을 운영하는 다이소가 합작 투자한 다이소아성산업은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매출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2005년 790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3280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상품의 평균 가격을 개당 1500원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약 2187만 개의 상품이 다이소에서 판매됐고, 하루에 약 60만 개의 상품이 팔려나간 셈이다. 올해는 약 46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이것도 1000원이야?”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
다이소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1호점 개점 이후 13년여 동안 생산비, 물류비, 인건비 등이 상당히 올랐지만 1000원짜리 상품이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 가장 비싼 5000원짜리 상품은 1%가 채 안 된다.

상점을 찾은 소비자가 부담 없이 물건을 집어들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은 ‘가격이 미리결정돼 있는 사업’이라는 철칙 때문이다. 물건의 질, 원가 등에 따라 판매가를 정하는 게 보통이지만 다이소는 판매가격이 먼저 정해져 있고, 이후에 나머지를 조정한다.

박리다매가 기본이지만 소비자에게 1000원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물품의 구매단가가 500원을 넘으면 곤란하다는 게 다이소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납품업체들과 조금씩 양보하며 제품을 만든다. 1000원에 팔 수 있는 물건만 들여오는 게 아니라 제조업체와 1000원으로 맞춰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

단가를 낮추는 가장 큰 요소는 전액 현금 결제와 대량 구매. 박 회장이 “어음이나 당좌수표는 어떻게 생긴 건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현금 결제를 고집하고 있고, 다이소아성산업의 모회사인 한일맨파워를 통해 대량 구매로 단가를 낮추고 있다. 한일맨파워는 한국 다이소 매장뿐만 아니라 일본 다이소가 해외에서 구매하는 물량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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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으면 제품을 다시 디자인한다. 제품 자체에 충실하자는 원칙으로 사자마자 버려야 하는 포장은 최소화하고, 화려한 디자인은 단순하게 바꾼다. 또 제품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재질은 저렴한 것으로 써도 무방하다.

박 회장은 “유통업은 고객들이 인정해야 하고, 시장에서 고객들이 등을 돌리면 끝”이라며 “고객들이 다이소를 찾고, 즐기고, 고객에게 재미를 주고,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해 균일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좋은 상품 찾아 전 세계 누벼

가격이 낮은 것만으로는 균일가 판매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한때 난무하던 비슷한 종류의 업체가 하나둘씩 사라진 것도 ‘싼 게 비지떡’이라는 평가 때문. 이익이 1% 미만이라고 밝힐 정도로 이윤이 적어 품질관리 여력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질 좋은 제품을 갖추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만큼 시중에 ‘메이드 인 차이나’ 공산품이 넘쳐나고 있지만 다이소에서 취급하는 제품 중 중국산 비중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다이소는 전 세계 28개국의 2000여 개 공장에서 제품을 수입한다.

이유는 ‘해당 제품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나라’를 찾아 그곳에서 공급받기 때문이다. 대나무 제품은 필리핀에서, 스테인리스 제품은 인도에서, 접시는 브라질에서 공급받는 식이다. 요즘도 박 회장은 1년 중 절반 정도를 해외에서 바이어와 상담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살핀다.

다이소는 처음 들여오는 제품에 대해서는 총 4단계 과정을 거쳐 품질을 검증한다. 제품을 담당하는 직원이 품질, 상품성 등을 따져 판매가 가능한지를 따져 보고하면 담당 팀장, 제품 총괄 상무를 거쳐 박 회장이 해당 제품의 입점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박 회장이 다이소 창업 전부터 일본에 물건을 납품하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는 다이소 상품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일부 제품은 상품성을 검증하기 위해 3∼5개의 매장에서 보름 정도 테스트 판매를 거치기도 한다. 여기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 낸 제품만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이소는 제조업체의 실수를 발전의 계기로 삼도록 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제조업체에서 납품한 플라스틱 물통의 뚜껑이 깨지는 하자가 발생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한 것은 당연했다. 구매자에게는 물통을 전부 교체해주기로 하고 제조업체를 찾아가 원인을 찾아 수정했다. 당시 박 회장은 “한 번 실수할 때 잘 가르치면 다음에는 절대로 같은 실수를 안 한다. 그렇게 좋은 공부를 했는데, 업체를 왜 바꾸느냐”며 지속적인 거래를 유지하도록 했다.

○ 거품 뺀 실속 인재


다이소에 필요한 인재는 소위 좋은 ‘스펙’을 가진 이들이 아니다. 주요 상품이 생활용품인 만큼 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여기에 인테리어 감각과 깔끔함, 성실함이 요구된다. 이런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인재는 바로 주부다. 따라서 다이소 점장의 92%는 여성이며, 매장 근무자도 주부 사원의 비중이 높다.

직원들에게는 충분한 성장의 기회를 부여한다. 임시직이어도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정사원이 될 수 있고, 우수한 사원은 점장으로 발탁한다. 점장 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면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파트장으로 승진한다. 학벌이나 외국어 능력보다는 오로지 업무에 필요한 능력과 성과로만 평가한다.

세계경영연구원(IGM) 조미나 상무는 “기업이 단순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경험경제의 시대가 왔다”며 “초저가 상품을 만들어내는 노하우와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다양한 제품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다이소의 성공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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