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MOU 체결 강행… 채권단 내부분열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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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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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현대그룹으로… 3가지 추가조건 충족시킬까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간 갈등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 내부로까지 번져 매각 과정 자체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매각 과정에서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할 채권단의 분열로 현대건설 매각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건설의 최대 주주로 금융당국과 긴밀히 교감하고 있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해지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혀 입찰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이 29일 오후 1시경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채권 금융회사들은 발칵 뒤집혔다. 당초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3곳은 현대건설 인수자금 중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 원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현대그룹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MOU 체결 마감에 쫓긴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것을 우려해 다른 주주와 협의를 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MOU를 맺었다. MOU에는 1조2000억 원의 인수자금과 관련해 불법성이 없어야 하고, 현대건설의 보증으로 조달한 것이 아니어야 하며, 최소 5일(최대 10일) 안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런 추가조건에 대해서도 채권단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없이 ‘007작전’처럼 몰래 MOU를 체결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책금융공사의 강경 방침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생겼다. MOU의 3가지 추가조건 중 현대그룹이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MOU 해지는 물론이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MOU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이번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파는 물량은 7.84%로 외환은행(8.72%)보다 적지만 매각제한조치가 걸려 있는 물량까지 합치면 11%가 넘어 채권단 내 발언권이 세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판단은 운영위원회의 권한이고 3개 기관 중 2개 기관만 찬성하면 된다”며 “현대그룹의 소명자료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한 번 더 제출할 기회를 주고 상응한 조치를 하되, 가장 큰 것은 MOU를 해지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OU가 유지되더라도 이번 MOU 파동으로 인해 본계약이 체결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채권단 내부에서조차 “본계약 체결은 외환은행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데다 금융당국도 외환은행의 독자 행동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MOU는 외환은행 혼자서 맺을 수 있지만 본계약은 채권은행 가운데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맺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MOU 체결 소식에 강력 반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외환은행이 다른 채권단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MOU를 체결했다”며 “외환은행 책임자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비롯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법적인 조치’를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전은 소송전으로 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현대그룹은 MOU 체결에 대해 “법과 입찰 규정에 명시된 대로 채권단이 요청한 소명을 마쳤기 때문에 올바르고 공정한 결과”라며 “그룹의 역량을 집중시켜 정해진 일정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사항들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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