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굴러온 돌’을 품을 줄 알아야 진정한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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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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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최대 이변은 지난 대회 우승국인 이탈리아의 예선 탈락이었다. 이탈리아는 조별 예선에서 2무 1패의 초라한 성적을 냈다. 주된 원인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2006년 우승 멤버들을 지나치게 중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모아 새 팀을 꾸리는 대신 과거 자신이 데리고 있었던 선수들로 대표팀을 만들었다. 파비오 칸나바로, 젠나로 가투소 등 30대가 훌쩍 넘은 고참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리피는 이를 무시했다. 가투소는 쓸데없는 반칙으로 경기의 흐름을 자주 끊었고 칸나바로도 종종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반면 지난해 이탈리아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20대 안토니오 카사노는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일본 야구 대표팀을 맡았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일본 야구계에서 반(反)요미우리 진영의 대표자로 유명하다. 명투수였던 그는 메이지대 졸업반 시절, 일본 최고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입단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약속을 깨고 다른 선수를 1순위로 지명했다. 배신감에 사로잡힌 호시노는 주니치 선수 및 감독 시절 요미우리와의 승부에 유독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을 맡은 호시노는 선수 선발 때부터 이와세, 모리노, 가와카미, 아라키 등 당시 주니치의 주력 선수를 대거 발탁했다. 그러나 요미우리의 간판타자 오가사와라, 투수인 우쓰미와 다카하시는 제외했다. 베이징에서 주니치 감독 시절 그가 아꼈던 마무리 투수 이와세는 많은 경기에서 결정적 순간에 등판했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 한국을 상대로 한 운명의 올림픽 준결승전에서는 이승엽에게 역전 투런 홈런까지 맞았다. 반면 요미우리의 에이스 우에하라는 베이징에서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처럼 리더가 과거 자신과 일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더 아끼고 편애하는 경향을 ‘내집단 선호(in-group favoritism)’라고 한다. 내집단(內集團)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사회학자 W G 섬너다. 그는 원시 부족민들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우리’라고 평가하는 내집단 이외의 사람들에게 종종 불쾌감, 혐오, 경쟁심 등을 나타내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리피와 호시노의 실패는 리더의 내집단 선호가 야기하는 위험을 잘 보여준다. 베이징 야구 준결승전 8회 말에서 한국과 일본은 2-2 동점이었다. 한 치도 예상할 수 없는 팽팽한 승부에서 호시노 감독은 다른 투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장인 데다 구위도 좋지 않았던 애제자를 밀어붙였다. 충격적 패배를 당한 일본 대표팀은 3, 4위 결정전에서도 패해 메달 없이 베이징을 떠났다.

리피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축구계는 그에게 젊은 피 영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리피는 젊은 피보다는 자신이 총애하는 기존 선수들 간의 호흡과 조화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탈리아는 최약체인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등을 상대로 졸전을 펼치며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이런 사례는 배타적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 기업 및 조직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정 시기에만 신입 직원을 채용해 기수를 부여하는 공채 제도가 여전히 직원 선발 방식의 주류를 점하고 있다. 이는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과 변화 대응력을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까지 조직원에 대해 ‘내 사람’과 ‘남의 사람’을 구분하면 리더 본인부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훌륭한 차세대 리더를 길러내기도 힘들다. ‘굴러온 돌’을 용인하지 못하는 편가르기식 사고는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0호(2010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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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전략실행 능력은 과연 몇점?

▼ Special Report


기 업의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해서는 뛰어난 전략,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훌륭한 제품 못지않게 전략 실행 능력이 꼭 필요하다. 아무리 우수한 전략과 기술을 지녔어도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리 만무하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은 자사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선진국의 전략 실행 시스템만 도입하거나, 전략 실행 체계에 대한 조직원의 참여 및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전략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직 내 전략 실행을 주도해야 할 전략관리 담당조직(OSM)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균형전략 실행 체계(BSC·Balance Score Board)의 창시자인 로버트 캐플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데이비드 노턴 박사가 2008년 개발한 ‘6단계의 전략 실행 프리미엄 프로세스(XPP)’를 통해 한국 기업의 전략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본다.



고객 감정까지 고려해야 만점 서비스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고객의 식사 주문을 잘못 받았지만 이후 친절하게 고객 요구에 응대한 식당 종업원과, 주문은 제대로 받았지만 고객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종업원이 있다. 고객에게 두 직원에 대한 평가를 의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대다수는 전자를 우수한 직원이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은 고객 서비스의 혁신을 정보기술(IT) 측면에서만 접근하려 한다. 고객이 종업원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계산할 수 있는 셀프 계산대를 많이 설치하면 고객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하지만 진정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감정(Emotions), 신뢰(Trust), 통제(Control)라는 3가지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 3가지 요소는 제품 및 서비스를 사용한 고객의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거나 강화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인간의 기억 및 의사결정에, 신뢰는 탄탄하고 영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통제는 상황 변화에 대한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서 이 3가지 요인을 적절히 활용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소개한다.



선도자 우위전략이 안먹힐 때도 있다

▼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금융위기 여파가 잦아들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식이어서 중복 투자 및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래 첨단 산업의 기술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중복과 경쟁까지 심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용 소모가 불가피하다.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때는 무조건 남들보다 먼저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선도자 우위(first-mover advantage) 전략을 추구하기보다 남들이 개발해 놓은 기술 중 자사의 핵심 경쟁력과 관련이 높은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후발자 우위(late-comer advantage) 전략을 적절히 섞어 사용해야 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분야와 없는 분야를 정확히 구별한 후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는 선도자 우위 전략을, 경쟁력 없는 분야에서는 후발자 우위 전략을 활용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한국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효율적 전략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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