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금융위기후 글로벌化가속… 20개社 해외자산 53%↑ 해외매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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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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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위기업 집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국 대기업들의 글로벌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들이 수출입 위주의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해외직접투자를 늘리는 등 글로벌 경영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미국 컬럼비아대의 베일 컬럼비아센터가 최근 공동으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자산과 해외매출 규모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자산이 많은 상위 20개 한국 기업의 2009년 해외자산은 모두 930억 달러(약 106조 원), 해외매출은 2460억 달러(약 28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 기업의 국제화 가속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에 잠시 주춤했던 한국 대기업의 해외자산과 해외매출이 2009년에 급속도로 늘어났다. 해외자산이 가장 많은 20개 한국 기업의 해외자산은 2007년 620억 달러였으나 2008년에 608억 달러로 2% 줄어든 이후 2009년에 930억 달러로 늘어났다. 해외매출은 2007년에 2100억 달러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80억 달러로 1% 줄었다가 2460억 달러로 증가했다. 해외자산은 2009년에 전년보다 53%가 늘었고 해외매출은 전년 대비 19%가 늘어난 셈이다.

해외자산 순위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삼성중공업 SK에너지 포스코 하이닉스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의 해외자산은 180억 달러로 20위에 든 기업들 전체 해외자산의 20%에 가까운 것이어서 다른 글로벌 대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위인 LG전자의 해외자산 규모는 104억 달러였다. 보고서는 LG전자가 브릭스 국가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캐나다, 폴란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해 2009년에 해외자산이 전년 대비 133% 늘었다고 분석했다. 해외자산이 59억 달러인 현대자동차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에 전체 자동차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점유율을 12%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업종별로 다양한 투자 이뤄져야

이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 문휘창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기존에는 해외직접투자가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투자됐지만 이제는 급성장하는 개도국의 해외투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들의 국제화가 많이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자산과 해외매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그 이외의 면에서는 아직 국제화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기업 해외법인들의 43%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지리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0개 기업 전체 해외자산의 약 42%가 전자업종에 치우쳐 있으며 조선업종이 24%로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는 값싼 임금을 찾아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정도였지만 앞으로는 해외투자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가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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