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현대그룹 재무개선약정 ‘없던 일’ 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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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컸던 현대상선, 올 최대실적 예상… 상황 역전

현대건설 본입찰이 마무리됨에 따라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문제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단은 부채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 등이 수반되는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현대그룹이 끝내 거부하자 7월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등의 공동 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해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공동제재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법원에 ‘채권단 공동제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9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채권단은 당시 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곧바로 이의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현대건설 인수합병(M&A)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응을 본입찰 이후로 미뤘다.

그러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채권단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17일 “재무구조 개선약정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지는 채권단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외환은행과 현대그룹 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문제가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단은 2009년 말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현대그룹을 약정체결 대상으로 선정했다. 현대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이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576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6조170억 원, 영업이익 4653억 원을 기록해 연말까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지난해 실적 부진을 근거로 1년 가까이 지난 뒤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강요하는 것은 ‘뒷북’ 제재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미 약정을 체결한 다른 그룹과의 형평성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무조건 버티면 약정 체결을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기업 구조조정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재무구조개선약정제도 보완과는 별개로 이의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대기업의 부실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지난 10년간 상당한 역할을 해온 만큼 큰 틀은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다. 다만 법원이 채권단 공동 제재에 대해 부적절함을 지적한 만큼 은행이 주채무계열의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규정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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