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車 관세철폐 시기 연기”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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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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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정문, 점 하나 고치지 않겠다”던 김종훈 본부장
“수정땐 국회 재비준 절차 거칠것”

16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입을 통해 뒤늦게 공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쟁점 협의에서의 미국의 자동차 분야에 대한 요구는 “예상을 한층 뛰어넘는 것들”이라는 반응이 많다. 자국의 자동차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요구하는 항목들이 한미 FTA의 본질을 해칠 만큼 과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통상전문가는 “자유무역(free trade)을 하겠다면서 자국의 시장은 닫고 상대방의 시장만 열려는 사실상의 ‘관리무역(managed trade)’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기한 연장 요구다. 관세 철폐는 FTA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고 자동차는 한국의 수출 주력 분야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의약품과 농산품 분야는 전혀 손대지 않으면서 3년 4개월 만에 자동차 분야만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손을 대겠다는 요구여서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한미 FTA에서 우리나라는 모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8%, 미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해 3∼8%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반면에 미국은 3000cc 이하 한국산 승용차는 2.5%, 한국산 자동차부품은 1.3∼10.2%에 이르는 관세를 즉시 철폐하지만 3000cc 초과 승용차는 2.5%의 관세를 3년 내 철폐하기로 했었다. 또 픽업트럭은 10년에 걸쳐 25%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그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국은 여기에 자동차 분야에 한정된 세이프가드까지 만들겠다고 나서 자국의 시장을 확실히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미 승용차 분야에서 자동차 관련 분쟁 시 이전 관세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스냅백 조항을 한미 FTA 협정문에 포함시킨 상태에서 이중의 보호막을 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존의 한미 FTA에는 없지만 한-유럽연합(EU) FTA에 있는 조항 중에 미국에 유리한 제도도 추가로 요구했다. 완성차를 팔 때 제3국에서 수입한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환급제(Duty drawback) 폐지 요구와 신기술을 적용한 자동차에 대한 시장접근 제한을 금지하라는 요구가 그것이다.

쇠고기 문제는 우리 측의 강한 거부로 논의 자체는 없었지만 미국 측의 불만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2008년 쇠고기 수정협상으로 더는 협의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미국은 쇠고기 문제는 완전히 풀리지 않은 현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이번 협의가 사실상 협정문 수정을 뜻하는 ‘재협상’이 아니냐”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의원에 질의에 “(미국의 요구에)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한 내용까지 담겨 있었고 강하게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그것이 이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향후 논의의 결과로 협정문에 변경, 수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국회에서 재비준을 받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혀 ‘협정문에서 점 하나 고치지 않겠다’는 기존의 태도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가 추후 협정문 수정에 대비해 우리 측이 챙길 ‘반대급부’를 검토하는 등 새로운 협상 전략 마련에 들어갔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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