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G20 ‘경상수지 목표제’ 출발점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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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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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내로 유지할 것인가.’ 지난달 말 열린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12일 막을 내린 G20 서울 정상회의를 뜨겁게 달군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에서 ‘4%’라는 수치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알려져 있기로는 한국이 아이디어를 내놔 미국이 함께 회원국에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논란이 된 수치의 출발점은 ‘중국’에 있었습니다. 15일 G20 준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은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직전인 지난달 초 발표된 중국의 발언을 기초로 4%를 넣은 경상수지 목표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의 이강 부총재가 “앞으로 3∼5년 안에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GDP 대비 4%까지 줄이려고 한다”고 발언한 점을 기초로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이 경상수지 목표제 논의를 끊어버리지 않고 내년 프랑스 칸 회의로 넘겼습니다. 중국 내부의 잣대가 세계의 잣대가 될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지요. 국제금융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차이나시프트’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중국은 급증하는 무역 흑자를 줄이는 대신 내수를 키우는 데 더 신경을 쓰려는 참이어서 ‘4%’를 내놨습니다. 미국은 3%가량으로 정해도 만족하는 눈치였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중국의 집안 사정이 세계무대에 어떤 수치를 던질지, G20 정상들을 얼마나 묶어둘지 모르는 일입니다.

차이나시프트는 내년에도 거침없는 바람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이미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 잡기’에 나섰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내년 정상회의에 앞서 기축통화 개편을 위한 세미나를 제안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을 잡아야 세계가 잡힌다는 복안이죠. 이제 세계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 예상하려면 무엇보다 중국 내부의 소리에 더욱 안테나를 곤두세워야 하는 세상이 온 것 같습니다.

조은아 경제부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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