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이후]철통 경비 뒷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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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테러 無폭력 無체포… IT경비 빛났다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1, 12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무사히 막을 내렸다. 앞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들과 달리 과격한 반대 시위도, 아찔한 테러 위협도 없었던 ‘조용한’ 회의였다. 여기에는 첨단 장비를 동원한 철저한 경비와 효과적인 시위관리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최첨단 정보기술(IT) 경비

이번 회의 기간에 총 5만여 명의 경비 인력이 회의장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를 비롯해 도심 곳곳에 배치됐다. 워낙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동원하다 보니 경찰은 효율적인 경호 작전을 위해 IT를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 경비를 총괄한 삼성동 무역센터 6층 서울지방경찰청 지휘통제실(CP)에는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판 하나가 설치됐다. 일종의 ‘IT 작전 지도’다. 이 LED판 위에는 200여 개의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각 불빛은 시내 곳곳에 배치된 경찰 중대의 위치를 의미했다. 200여 개 중대, 약 2만 명의 전·의경을 실시간으로 지휘통제하기 위해 각 중대장 모자에 센서를 달아 각 중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한 것.

스마트폰도 경호 작전에 큰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에 무전기능을 넣어 CP에서 중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휴대전화로 무전 내용을 전송해 준 것. 평소 경호 인력 한 명당 무전기만 2, 3개씩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쏟아지는 무전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전 내용을 전송한 것은 세계에서 한국 경찰이 최초”라고 전했다.

○ 시위, 왜 없었나?

역대 정상회의들과 달리 이번 서울 회의 기간에 테러는 물론이고 국내외 시위단체들의 폭력시위도 거의 없었다. 경찰이 평화시위구역으로 지정한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이나 서울역 등에서 반대 집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회의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경호에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경찰에 체포된 사람도 없었다. 한때 일부 대학생 시위대가 회의장 주변으로 집결한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비 인력이 강남역과 선릉역 등 강남 일대로 총집결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코엑스 주변에서는 1인 시위 10여 건 외에 다른 집회나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

시위가 잠잠했던 것은 경찰이 시민단체나 노동단체들과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정지(整地)작업’을 한 덕분이다. 경찰은 영국 런던 G20 정상회의 당시 시위대 1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영국 왕립경찰감사관실(HMIC)이 만든 조사 보고서를 번역해서 참고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보고서는 영국 경찰의 문제점으로 시위대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며 “이를 참고해 우리는 G20을 앞두고 사회단체들과 만나 평화시위와 협조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영국, 미국 등 앞서 열렸던 G20 회의들과 달리 이번 서울 회의 때는 국내외 단체들 간 합동 시위도 거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반(反)G20 문화가 강하지도 않고 지리적으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항의방문이 쉽지 않았다”며 “또 지금까지 회의가 열렸던 영어권 국가들과 달리 언어 소통이 어려운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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