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FTA, 對日적자 해소 물꼬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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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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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수입 16개 주요품목 관세 철폐… 업체 39% “EU로 수입처 전환”

내년 7월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100대 품목 중 16개 품목이 EU산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대일 무역 적자가 35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한-EU FTA가 만성적인 대일 무역 적자 해소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가격 절감효과 크다

2일 관세청과 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체 대일(對日) 수입의 53.6%를 차지하는 대일 수입 100대 품목 중 대EU 수입 100대 품목과 중복되는 품목은 총 27개였다. 이 중 현재도 관세가 없는 11개 품목을 제외하면 16개 품목이 한-EU FTA로 인한 관세 철폐로 수입처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통관 시 사용되는 국제품목 분류기준(HS코드) 10단위로 분석된 이들 품목은 대부분 전기·전자, 기계, 화학, 자동차 관련 품목으로 올해 1∼9월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이들 16개 품목의 총수입액은 34억8750만2000달러(약 3조9060억224만 원)에 이른다. 반면 EU로부터 수입된 16개 품목의 총수입액은 25억5717만8000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한-EU FTA가 발효되면 16개 품목 중 8개 품목은 관세가 즉시 사라지고 나머지 8개 품목도 3∼5년 내에 관세가 철폐돼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9월까지 16개 품목을 EU에서 수입하면서 업체들이 관세로 지급한 돈은 총 2235억2302만 원 정도인데 한-EU FTA가 발효되면 수입업체들은 이 관세를 더는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일본산 물품을 수입하면서 9월까지 지불된 관세 총액 3017억7369만 원은 지금처럼 계속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 수입업체 10곳 중 4곳은 수입선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9월 한국무역협회가 EU와의 교역업체 33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사의 38.8%가 “EU로부터의 수입 관세가 철폐될 경우 수입처를 현재의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EU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거래사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장 수입처를 교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고정 비용 중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과 타이트한 수익 구조를 생각하면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절감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본에 기술이전 요구 가능

EU와의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부품 소재 등에서 지나친 대일 수입 의존에 따른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해 상반기 부품 소재 부문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120억 달러로 전체 대일 무역적자의 66%에 달한다. ‘1980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이 1% 증가하면 대일 수입이 0.96% 증가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대일 무역 의존도는 만성적이다. 특히 일본은 그동안 기계설비나 부품만 꾸준히 팔아 왔을 뿐 정작 기술이전에는 극도로 인색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은 EU산 제품의 거센 반격이 시작될 경우 우리나라 수입업체들이 일본 업체와 기술이전 등을 조건으로 내세운 전략적 협상을 할 여지가 커진다.

또 EU시장에 완제품을 수출할 때 FTA 당사자인 두 국가 외의 외국산 부품이 전체 구성품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역내산 부가가치 기준’도 일본산 부품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 유럽을 수출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업체들이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본산 부품을 EU산 부품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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