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아마로네’ 한잔 음미하며 10월의 마지막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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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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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매년 10월 31일이 되면 가수 이용의 히트곡 ‘잊혀진 계절’은 라디오 전파를 무려 100회 이상 탄다고 한다. 절절한 멜로디에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날을 추억하는 가사가 실린 노래라서 깊어가는 가을에 찾는 이가 더욱 많은 것 같다.

고독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은 이에게 필자가 말없이 한잔 건네고 싶은 와인이 있다. 이탈리아 동북부 베네토 지방의 발폴리첼라 지역에서 나는 명주로서 흔히 ‘아마로네’로 불리는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다.

발폴리첼라는 지역 이름인 동시에 바르돌리노, 소아베와 함께 베네토의 3대 와인 중 하나를 가리킨다. 발폴리첼라는 이곳의 코르비나, 론디넬라, 몰리나라와 같은 토착 품종을 사용해 만든 와인 전체를 아우른다. 발폴리첼라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지역에서 나는 포도로 만들면 발폴리첼라 뒤에 ‘클라시코’라는 용어가 따라 붙는다. 알코올 도수가 11%에 이르는 일반적인 발폴리첼라보다 도수가 0.5∼1%포인트 더 높고, 일반적인 공정보다 오랜 시간 숙성시킬 경우 ‘수페리오레’란 용어가 덧붙는다.

발폴리첼라는 결코 무거운 와인은 아니지만 어떤 제법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로 확대되며 발폴리첼라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이 두 와인에 쓰이는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는 일반 발폴리첼라에 쓰이는 포도보다 늦다. 이렇게 수확한 포도를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서 나무로 만든 발 위에 올려놓고 이듬해 1, 2월까지 말리는데 이 기간에 포도에서 40%가량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당도가 한껏 높아진다. 이 포도를 완전히 발효시켜 만든 와인이 아마로네이고, 중간에 일부러 발효를 멈춰 당분을 남긴 와인이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다.

아마로네와 달리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라는 긴 이름을 끝까지 불러야 하는 이유는 같은 베네토 지방에 레치오토 델라 소아베라는 또 다른 스위트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레치오토는 베네토 지방의 방언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파시토라고 부른다.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프랑스 와인으로는 뱅 드 파유가 있다.

반면 아마로네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비교할 대상이 없는 독보적인 와인이다. 색, 향, 맛 모두 깊고 풍부하며 복합적이다. 당분을 남기지 않고 모두 발효시켰음에도 두꺼운 타닌과 16∼17%를 넘나드는 높은 알코올 도수를 뚫고 달콤함이 느껴지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마로네는 진한 쓴맛의 다크초콜릿, 에스프레소, 블랙베리류로 만든 눅진한 잼, 말린 체리(발폴리첼라는 신선한 체리향이 두드러진다), 때로는 고춧가루 같은 매콤한 맛과 향까지 품고 있다. 그런 모습이 때로는 달콤했고, 때로는 쓰디썼던 지나간 사랑의 추억을 절로 끄집어내고야 만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이번 주의 와인
마시 캄포피오린 리파소


만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다 보니 아마로네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리파소는 아마로네를 만들고 난 포도 찌꺼기를 일반 발폴리첼라에 넣어 다시 한번 발효시키는 양조법인 동시에 이 양조법으로 만든 와인을 가리키는데 값비싼 아마로네의 대안 와인으로 인기가 좋다. 아마로네의 뉘앙스를 품고 있으면서도 리파소만의 또 다른 맛과 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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