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레이싱타이어 기술력 이미 F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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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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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여성 연구원
금호타이어 임유순 씨

임유순 금호타이어 연구원이 한국 포뮬러원(F1) 예선경기가 열린 23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자신이 만든 레이싱타이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암=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임유순 금호타이어 연구원이 한국 포뮬러원(F1) 예선경기가 열린 23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자신이 만든 레이싱타이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암=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레이싱걸도 레이서도 아니면서 서킷에서 활약하는 여성이 있다. 국내 유일의 여성 레이싱타이어 개발담당자인 임유순 금호타이어 전임연구원(31)이 주인공이다.

한국 포뮬러원(F1) 예선 경기가 펼쳐지던 23일 오후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F1 서포트레이스에 참가한 기자가 예선 경기를 마친 뒤 ‘제네시스 쿠페’ 레이싱카를 몰고 피트(경기용 차를 정비하는 곳)로 들어오자 앳돼 보이는 여성이 차에 타가와 이것저것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대뜸 질문을 해댔다.

“타이어는 그립(접지력)이 어때요. 서킷 표면이 많이 미끄럽다는데 타이어에 문제는 없었나요.”

대충 설명을 해주자 이번엔 타이어의 마모 상태를 보면서 조언도 해준다.

“타이어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닳아서 레이싱카의 서스펜션 세팅은 큰 문제가 없어요. 다만 표면이 이렇게 거칠게 마모된 흔적이 있으면 차를 흐름에 따라 운전하지 않고 억지로 코너에서 잡아 돌린다는 뜻이에요. 타이어가 열을 많이 받아서 그립이 떨어지고 결국 스피드도 느려지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어요.”

임 연구원은 타이어의 마모 상태만 보고도 기자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아프게도 꼭 집어줬다. 도대체 어떤 여성이기에 레이싱타이어에 대해 이렇게 소상히 알고 있을까. 약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함께 있던 남자 동료 직원이 “이 레이싱타이어를 개발한 연구원”이라고 말해 줬다. 레이싱타이어를 개발하는 여성연구원이라는 말에 직업의식이 발동해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금호타이어 연구인력 300여 명 중 여성이 15명이지만 레이싱타이어를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여성은 임 연구원이 유일하다. 국내 타이어 3사 중에서도 홍일점이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몰드 회사(타이어 제작틀)에서 근무하다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한 뒤 2008년 금호타이어에 합류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 동료들은 고무 냄새 때문에 힘들어했는데, 저는 그 냄새가 정말 좋았어요. 이게 제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전문 분야는 타이어가 지면과 닿아 마찰력을 내는 고무 부분인 콤파운드다. 콤파운드의 조절에 따라 타이어의 마찰력과 내구성, 무게가 크게 달라진다. 그의 손에서 개발된 타이어가 이번 F1 서포트레이스는 물론이고 올해 열리고 있는 CJ 헬로넷 슈퍼레이스 최상위 클래스인 ‘슈퍼6000’과 ‘슈퍼3800’의 공식 타이어로 선정돼 사용되고 있다. 극한의 성능을 요구하는 레이싱타이어는 그 회사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에 임 연구원의 어깨는 이만저만 무거운 게 아니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F1의 아래 급 경기인 F3 타이어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F3 1위 브랜드일 뿐만 아니라 F1에도 타이어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며 “최근 국제자동차연맹(FIA)으로부터 F1에 들어오라는 러브콜을 받았지만 회사의 미래비전 전략과 관련해 일단 사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실제로 금호타이어는 이미 2007년에 F1 레이싱타이어 시제품을 개발하기도 했었다”며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는 F1 타이어를 준비해 앞으로 3년 뒤면 찾아올 다음 기회에는 꼭 F1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영암=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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