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 ‘경주 대타협’]‘경주 코뮈니케’ 각국 득실-외신 평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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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중재 주효” 美 “환율 진전” 中 “IMF 성과” 日 “혼자 손해”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결과물인 성명서(코뮈니케)는 참가국의 전원 합의(컨센서스)로 만들어졌다. 그래도 각국의 이해득실은 제각각이다. 환율전쟁의 시발점인 미국과 중국, 그 전쟁의 불길을 잡은 의장국인 한국은 웃었다. 그러나 일본 독일 등은 자신들의 복잡한 처지에 딱 맞는 결과물을 얻지 못해 시무룩하다. 각국 외신의 경주 회의에 대한 다양한 평가도 국가별로 엇갈린 성적표와 무관하지 않다.

○ 엇갈린 이해득실

엔고의 시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이 가장 울상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1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과 중국을 외환시장 개입국으로 공개적으로 지목해 ‘한국 중국까지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쓴다’는 국제적 비판이 일었다. 그만큼 환율 문제는 일본에도 절박한 이슈였다.

그러나 경주 성명서에 대해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혼자만 손해를 봤다”는 차가운 평가를 내놓았다. 아사히신문도 “엔고를 저지할 ‘유효한 방법’을 손에 넣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일본 신문들은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체제 구축’이나 ‘경상수지 수치 목표 설정’ 등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국인 일본의 엔고 대응을 위한 시장 개입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노다 재무상은 23일 “환율 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며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엔고 저지를 위해서라면 경주 컨센서스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환율전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중 하나인 중국은 미소를 지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6% 이상을 (중국 같은) 신흥국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은 ‘중대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이 통신은 “이는 IMF의 운영과 관련해 최대 개혁으로 역사적 의의가 있다”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발언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중국은 이번 조치로 IMF 쿼터 6위에서 3위로 급부상해 발언권이 한층 커지게 됐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은 커진 영향력만큼 책임도 증가하는 부담이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는 위안화 절상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제적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그동안 IMF 쿼터와 관련해 “미국도 자기희생을 해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해 왔다. 미국은 이번 개혁안으로 17%대의 지분이 16%대로 1%포인트가량 줄게 됐다. 그러나 독일의 입김은 그 정도까지였다. 라이너 브뤼덜레 독일 경제장관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환율 및 무역 불공정 문제에 대한 서한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독일에도 초점을 맞췄다”며 “미국의 이런 의도는 ‘계획경제적 요소들’을 갖고 있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IMF 이사 2개 자리를 내놓게 된 유럽연합(EU) 국가들도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실감해야 했다.

○ 외신, 긍정 평가 대세 속 ‘실패했다’는 악평도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회의 직후 ‘지나친 무역 불균형을 억제하는 협력체계 합의’에 대해 큰 만족을 드러냈다. 미국 주요 언론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주 회의가 IMF 개혁과 무역 불균형 해소에 합의해 가장 첨예한 2대 이슈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높게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경주 코뮈니케는 (환율 문제에 대해) 그동안 G20에서 나온 합의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AP, AFP, 로이터 등 주요 통신사들은 “한발 전진한 회의”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AFP는 “G20이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미국이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G20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주 회의는 ‘분열(disunity)의 전시장’이었다”며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고 혹평했다. 이 신문은 “환율전쟁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최초의 G20 장관’인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브라질 환율 문제에 대처하느라 경주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며 “G20은 컨센서스로 운영되기 때문에 합의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주 회의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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