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재무장관 경주회의]예상대로 ‘환율전쟁’… 무슨 얘기 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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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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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모인 G7 “위안화 절상이 관건” 中 압박

천년고도에 모인 세계 경제 사령관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시작된 22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참석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존 머리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은행 총재,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엘레나 살가도 멘데스 스페인 재무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웨인 스원 호주 재무장관,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 짐 플래어티 캐나다 재무장관. 경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천년고도에 모인 세계 경제 사령관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시작된 22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참석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존 머리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은행 총재,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엘레나 살가도 멘데스 스페인 재무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웨인 스원 호주 재무장관,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 짐 플래어티 캐나다 재무장관. 경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중국 대(對) 선진 7개국(G7).

22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형성된 환율전선(戰線)의 구도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반면 중국은 캐나다 정상회의 수준 정도면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선진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자국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 시작했다. 환율 문제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각자 내놓는 해법이 다른 것. 결국 환율 해법을 담은 ‘경주 선언’이 나올 수 있을지는 재무장관 회의가 폐막하는 23일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선진국…공동 움직임 속 각론 차이

중국이라는 공동의 타깃을 가진 선진국들은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야기가 잘 통했다.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 재무장관은 중국을 배제한 채 재무장관 회의 개막 전 약 1시간 동안 오찬을 하며 환율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 국가는 힐튼호텔에서 회의가 끝난 후 자신들만 별도 회동을 가지느라 만찬 장소인 안압지에도 늦게 도착했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G7만의 회동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다”며 “선진국들이 중국에 대한 공동 움직임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선진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달랐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제안한 ‘경상수지 목표제(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혹은 적자 비율을 4% 이내로 유지하자는 것)’에 대해 라이너 브뤼덜레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의 무역 흑자는 환율정책이 아닌 높은 수출경쟁력 때문”이라며 인위적인 경상수지 목표 조정을 간접적으로 반대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도 22일 오전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일본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G7 재무장관 회동 뒤에는 “각각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진척을 체크할 때 참고치로 쓴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공격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 선진국들은 공동 협력하면서도 자국의 이익과 맞물려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국익을 따른 것이다.

○ 반발하는 브릭스

선진국의 공동 움직임에 신흥국들도 응수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국가 대표들도 22일 재무장관 회의가 열리기 전에 서로 만나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과 4개 국가 간 교역 증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IMF 쿼터 개혁은 지분을 내놔야 하는 선진국과 지분을 더 얻으려는 신흥국들 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는 의제다.

중국과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위안화 인상 주장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반대했다. 재무장관 회의에서 중국은 “6월 캐나다 토론토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환율 수준을 그대로 지키자”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20개국 정상들은 6월 말 토론토 성명서(코뮈니케)에 중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 없이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하는 시장 지향적 환율 시스템이 글로벌 경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 올해 들어 무역 불균형의 주범인 중국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상회의 직전 중국이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재무장관도 “중국 위안화 절상에 압박을 가하는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 요구는 문제가 있다”며 중국을 거들었다.

○ 장외전쟁도 치열

40여 명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22일 오후에 열린 첫 세션인 ‘세계경제 동향 및 전망’에서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으로부터 세계경제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환율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IMF는 “아시아가 선진국발(發) 유동성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가치를 더 절상해야 한다”고 보고했고, OECD도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최근 일시적으로 주춤한 상태로 글로벌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환율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국제기구 모두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회의장 밖에서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노다 일본 재무상은 재무장관 회의 개막 전에 일본 언론을 대상으로 “환율은 자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는 중국을 겨냥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21일 경주에서 미국 일간지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경주=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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