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입 배추 경매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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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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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배추 경매 25년만에 처음… 거부감 많아요”

18일 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에 앞서 중도매인이 배추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는 총 160t으로 이날 낙찰된 물량은 40t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18일 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에 앞서 중도매인이 배추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는 총 160t으로 이날 낙찰된 물량은 40t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18일 오후 10시 50분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장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은 8t 트럭 2대에 중도매인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이들은 직접 배추를 쪼개보고 눌러보며 신중히 살펴봤다. 일부는 직접 배추를 뜯어 먹어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맛은 있네.” “너무 물렀다. 내다 팔진 못할 것 같은데….”

중도매인들이 모여든 2대의 트럭에 달린 팻말에는 주변의 다른 트럭과는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출하자란에는 사람 이름 대신 ‘유통공사’가, 생산지란에는 ‘국산’이 아닌 ‘중국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은 1985년 가락동 도매시장이 출범한 뒤 처음으로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가 경매에 부쳐진 날이었다.

○ 중국산, 김치공장으로 직행할 듯

“57분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중국산 2대가 있습니다. 물가(관리) 차원에서 들여온 것입니다. 정확하게 감정, 응찰해 주십시오.”

10시 56분, 마이크를 잡은 경매사가 이례적으로 부탁의 말을 건넸다. 57분이 되자 예정대로 경매는 시작됐고, 10여 초 만에 트럭 2대의 낙찰가가 정해졌다. 3포기들이 한 망에 각각 1900원, 1800원. 누군가가 “많이 나왔네”라고 외쳤다. 공교롭게도 바로 옆에 있던 국산 배추를 실은 트럭은 최상품이라 망당 1만 원에 낙찰됐다.

이날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경매에 부쳐진 중국산 배추는 정부가 aT(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들여온 1차 물량 80t 중 절반인 40t으로 트럭 6대 분량이었다. 중도매인 사이에서는 “유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다행히 모두 낙찰됐다. 중도매인 이모 씨(55)는 “밭에서 수확한 지 오래된 탓에 상태가 좋지 않다”며 “소매로는 팔 수 없고 전량 김치공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산 배추의 끝은 노랗게 떠 있었고 군데군데 물러 있는 부분도 많았다.

○ “추가 물량은 가격 더 낮아질 것”

“솔직히 여기 사람들 거의 다 (중국산 배추) 경매 반대했어. 여기 생긴 뒤 25년 동안 다른 채소는 몰라도 배추는 중국산을 (경매) 해 본 적이 없다고.”

경매가 끝난 뒤 한 경매인이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한번 이렇게 중국산이 들어오면 나중에 또 들어올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농림수산식품부는 당초 다른 경로로 수입물량을 푸는 것을 고려했지만 가장 효과적이라는 측면에서 도매시장 경매로 선회했다. 도매업체인 대아청과 김명희 상무는 “국산 배추까지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김치) 종주국이라서 가락동에서만큼은 외국산을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리적인 거부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낮은 낙찰가에 aT 관계자들은 다소 실망했지만 도매시장 관리인 김명호 씨(58)는 “수급이 괜찮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30년 동안 일하면서 올해처럼 배추가 비싼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주였다면 중국산도 오늘보다 3배 이상 비싸게 팔렸겠지만 배추 수급 상황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중국산, 국산 모두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가로 들어올 80t은 더 낮은 가격에 팔릴 것 같다”면서 “다음 달 15일경이면 배추 가격이 예년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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