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중재 총력” 정부 입장선회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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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전까진 ‘G20 이슈화’ 반대… 한국이 보호무역 최대 피해 판단

최근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환율전쟁’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가 보름 사이에 크게 바뀌었다. 보름 전만 해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환율 이슈는 최대한 G20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게 낫다. 테이블에 올라와도 20개국 전원이 합의해야 성명서(코뮈니케)에 담기기 때문에 환율 조정안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율 조정을 1차로 시도하고, 실패하면 한국이 직접 중재안을 내서 타협을 유도하겠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한 번 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분위기가 180도 바뀐 셈이다.

이런 변화는 보호무역주의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한국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 말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될 때 각국은 보호무역 배격에 손쉽게 동의했지만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저마다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리려는 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흐르면 결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로 G20 국가 중 최대다. 미국(7.5%)의 5.8배에 해당한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의 불똥은 이미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 18일 원-달러 환율은 1119.3원으로 지난달 1일(1184.7원)에 비해 65.4원 떨어졌다. 원화 가치가 절상되면 그만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환율 문제에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도 정부 당국자의 자세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환율전쟁 등으로 세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각국이 자기 나라가 살려고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번 서울회의에서 국제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세계경제가 위축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G20 국가들끼리 환율에 대한 자율 조정을 이뤄내지 못하면 직접 나서 정상들 간 영상대화를 통해 한국의 중재안을 설명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세계경제에서 가장 현안이 되고 있는 환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12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정부 당국자는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보호무역 철폐론자’로 자리매김했는데 현재 환율전쟁은 보호무역으로 회귀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중재를 성공시키면 이 대통령의 국제 신인도는 또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스탠드스틸(Standstill·추가적인 무역보호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주장했고 당시 정상들이 발표한 공동성명서에도 관련 내용을 반영시켰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회의에서도 스탠드스틸과 관련해 한 단계 진전된 조치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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