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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데스크 시각]공무원들 콩밭에 마음이 가 있다는데…

입력 2010-10-18 03:00업데이트 2010-10-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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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후배가 12월에 결혼을 한다. 그의 신랑은 기획재정부 공무원이다. 한때 이 후배는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고 한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로 예정된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때문이었다. 직장이 서울에 있는 후배는 결혼하면 부처 이전 뒤에 따로 살아야 할지, 아니면 직장을 포기하고 지방으로 가야 할지 지금도 고민이란다. 결혼은 하지만 “평생 거기서 산다는 생각을 하면 암울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기는 가야겠는데 집도 마련해야 하고 배우자와의 동거(同居), 아이들 교육 문제 등 이런저런 걱정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특히 여성 공무원들이 더욱 동요하고 있다. 미혼일 경우 “이러다 시집도 못가는 것 아니냐”며 한숨이다. 이 때문에 서울에 남을 방법을 찾는 공무원이 부쩍 늘었다.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 이전 뒤에도 서울에 남는 타 부처로의 전출을 신청하거나 민간기업으로의 이직을 꾀하는 공무원이 많아졌다고 한다.

2014년까지 세종시 이전 대상은 9부2처2청 등 35개 기관이다. 부처 공무원 1만500명에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을 합하면 1만8000명 정도가 세종시로 옮겨가 일해야 한다. 올해 8월 행정안전부의 ‘세종시 이전대상 기관 공무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17명 가운데 ‘혼자 이주하겠다’는 응답이 35%에 달했다. ‘아예 이주하지 않고 출퇴근하겠다’는 응답도 12%였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겠다’는 응답은 절반가량인 53%에 그쳤다. 이주를 희망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녀교육’이 42%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의 직장’이 40%, ‘생활편의시설 부족’이 5%였다.

홀로 가거나, 아예 이주하지 않으려는 공무원이 많은 것은 그만큼 세종시의 정주(定住) 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주택과 교육, 생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질지 못미더워하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은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세종시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첫마을아파트 6520채뿐이고 민간업체의 아파트는 공사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1만2000여 채를 짓기로 한 민간업체들은 건설경기가 나빠지면서 사업 수익성이 불확실해지자 “택지대금을 깎아주거나 연체이자를 감면해주지 않으면 추후 중도금 납입을 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공무원 지원대책도 전무하다. 이사비용 및 이주수당은 얼마나 지급할 건지, 자녀교육 지원책은 뭔지,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 융자는 어떻게 해줄 건지 구체적인 지원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다 못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4일 기자회견에서 “공공임대아파트 규모 확대 및 무상임
대 실시,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 등 세종시 이전 공무원에 대한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전 공무원 복지지원책을 담당하는 행안부 관계자는 “2012년 말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차근차근 마련하면 된다”며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 대상 기관 공무원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업무 분위기가 흐려지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정주시설 조성 및 지원책 마련을 서두르는 게 맞는 일일 것이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

▲동영상=세종시법 정기국회 때 통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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