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노사, 희망퇴직 vs 구조조정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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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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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이냐 권고퇴직이냐.’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직개편에 나선 국민은행이 출발부터 암초를 만났다. 자발적인 희망퇴직에 합의하면서 해빙기를 맞는 듯했던 국민은행의 노사관계가 다시 냉기류에 휩싸였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11일부터 시작된 희망퇴직에 대해 ‘강제적인 구조조정’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반면 은행 측은 퇴직 희망자에 한해 이뤄지는 ‘자발적인 조직개편’이라며 강행의지를 보여 노사 간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본보 8월 27일자 A1면 참조
국민은행 연내 3000명 감원


○ 노조 반대로 암초 만난 조직개편

국민은행 노사는 8일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 36개월 치의 퇴직 특별금을 지급하고, 학자금 지원, 퇴직자 전원 일자리 주선 등의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노조가 희망퇴직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것은 국민은행이 당초 합의와 달리 강제성이 있는 ‘권고퇴직’에 나섰다고 봤기 때문이다.

14일 국민은행 노조는 국민은행 일부 직원은 최근 지점장 등에게서 전화와 문자메시지(SMS)로 희망퇴직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희망퇴직 대상자가 국민은행 전체 직원 2만5965명의 12% 수준인 3000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에는 비정규직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이 500명가량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는 또 국민은행이 이번 주 초 임원급인 본부장들에게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각서를 받았으며 지점장들에게는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방법이 담긴 매뉴얼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이 제시한 이 매뉴얼에는 △권고대상자 선정 기준 설명 방법 △권고불응 시 조치 △감성적인 불만 표출 시 대처방법 등이 담겼다. 예를 들어 직원이 ‘권고 대상자를 선정한 기준이 무엇이냐’고 항의할 경우 매뉴얼은 “누적된 인사평가를 반영해 하위자를 권고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매뉴얼에는 퇴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인사 조치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등 강제성 있는 퇴직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은행, 노조 주장 일축


국민은행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일부 지점장이 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권고하기는 했지만 은행 측이 이런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노조가 주장하는 권고퇴직의 경우 인사고과가 낮거나 조직 부적응자에 대해 회사가 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하는 방식으로 지금 진행 중인 구조조정은 희망퇴직이라고 강조했다.

희망퇴직은 퇴직 대상자를 회사가 선정하지 않고 전체 직원에게 공지해 자발적으로 퇴직을 원하는 근로자들의 신청을 받는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회사가 연령이나 재직기간 등 퇴직을 받아들일 사원의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다. 권고퇴직은 본인이 직접 사직서를 쓰기 때문에 회사가 노조와 합의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정리해고와 다르다. 또 권고퇴직은 노동법 위반은 아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과 관련한 어떤 명단도 만든 적이 없으며 이를 직원들에게 통보한 적도 없다”며 “다만 일부 지점장이 성과가 낮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적으로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어윤대 회장이 취임할 때부터 강조해온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슬림화를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667만 원으로 신한은행(7348만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빠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며 “노조와 대화로 오해를 풀면서 희망퇴직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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