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美 실리콘앨리… 제2 벤처붐 중심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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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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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테크밋업 콘퍼런스 현장

미국 뉴욕이 벤처기업의 창업 중심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와 달리 뉴욕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디어, 패션, 외식산업 등과 정보기술(IT) 사업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위 사진은 고객이 직접 셔츠를 맞춤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라퍼클로스, 아래 사진은 인근 레스토랑, 공연장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니어세이. 프라퍼클로스·니어세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미국 뉴욕이 벤처기업의 창업 중심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와 달리 뉴욕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디어, 패션, 외식산업 등과 정보기술(IT) 사업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위 사진은 고객이 직접 셔츠를 맞춤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라퍼클로스, 아래 사진은 인근 레스토랑, 공연장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니어세이. 프라퍼클로스·니어세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
6개 벤처기업 창업자가 무대에 섰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다가 단어를 클릭만 하면 관련 사진과 비디오, 사전 정보를 검색해주는 ‘앱처’, 내 주변의 공연장이나 갤러리 등에 대한 실시간 뉴스를 보여주는 ‘니어세이’,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듯한 맞춤형 셔츠를 만들어주는 ‘프라퍼클로스’…. 미디어와 문화산업, 패션산업을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서비스였다.

미디어와 문화산업의 도시 뉴욕이 최근 IT 벤처기업의 중심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스커볼센터에서 열린 ‘뉴욕테크밋업’ 콘퍼런스에서는 이런 현상을 이끄는 새로운 인터넷 벤처기업인들이 그들의 새 서비스를 뽐냈다. 발표자로 나선 니어세이의 트레버 섬너 대표는 “뉴욕의 수많은 훌륭한 레스토랑, 공연장, 갤러리 덕분에 우리 서비스가 가치 있어지고 이런 장소도 우리 기술 덕분에 더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 기발한 아이디어 사업에 반영


뉴욕테크밋업은 뉴욕 인근의 벤처기업인이 모여 그들의 새 서비스를 선보이는 비영리 행사다. 2004년 시작됐을 때에는 5∼10명이 참여하는 작은 행사였지만 점차 규모를 키우다 지난해 중반 이후 매월 7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형 행사로 급격히 발전했다.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면서 뉴욕에 새로운 벤처캐피털 자금이 몰려들기 때문이었다. 이날 행사도 720석의 입장권이 매진됐다.

뉴욕이 IT 벤처기업에 주목받는 건 독특한 환경 덕분이다. 뉴욕은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과 미디어, 패션, 공연 등 다양한 문화산업의 중심지였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IT와는 거리가 멀었다. 최근 뉴욕의 벤처기업들은 이 점을 노려 이런 산업에 IT를 적용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등장한 맞춤형 셔츠 제조 서비스 프라퍼클로스도 이런 아이디어로 만든 벤처기업이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패션 디자이너 출신 세프 스케리트 씨는 고객이 재단의 형태를 선택하고 수백 가지의 직물과 셔츠의 사이즈, 단추와 장식까지 고르게 했다. 그리고 고객이 자신을 위해 디자인한 셔츠를 다른 사용자도 고르게 해 디자인이 선택될 경우 현금처럼 쓰는 5달러 상품권도 줬다. 그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해주는 대신 고객의 디자인을 돕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을 때 단어만 클릭하면 위키피디아의 사전 정보, 구글의 검색 결과,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는 앱처 서비스는 이미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미디어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 실리콘앨리 드리밍

뉴욕 벤처기업인들은 뉴욕을 가리켜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라고 부른다. 앨리는 ‘골목길’이라는 뜻이다. 이 표현은 2000년대 초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닷컴 거품’이 생겼을 때 뉴욕의 벤처 붐이 서부보다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최근 뉴욕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성공사례가 늘면서 다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많은 식당과 카페 등을 추천하는 장소 추천 게임 ‘포스퀘어’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비미오’ 등이 최근 뉴욕에서 창업해 성공한 벤처기업이다. 포스퀘어는 뉴욕의 수많은 식당과 카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나누려던 젊은이들이 창업했고 비미오는 독립영화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던 뉴욕의 영화학도가 창업한 회사다. 포스퀘어와 비미오는 새로운 기술은 없었지만 뉴욕의 발달된 외식산업과 유튜브보다 화질도 좋고 길이도 긴 콘텐츠를 나누고 싶었던 뉴욕 영화학도의 관심 덕분에 성공했다.

뉴욕테크밋업의 주최자인 네이트 웨스트하이머 씨는 “우리 행사에는 원칙이 있는데 절대 ‘수익모델’이 뭔지 묻지 않는 것”이라며 “벤처기업이란 단기 성과보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실리콘앨리(Silicon Alley) ::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시기에 다양한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이 뉴욕 맨해튼을 중심으로 생겨나자 이를 일컬으며 사용된 애칭. 계곡을 뜻하는 실리콘밸리의 ‘밸리(valley)’와 비교해 규모가 작다는 뜻에서 골목(alley)이란 뜻의 실리콘앨리라 부른 것. 최근 뉴욕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해당 용어도 다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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