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서 만난 獨 명품가전 ‘밀레’ 마르쿠스 밀레 회장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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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만난 주방가전 한우물 팝니다
사진 제공 밀레코리아
“세탁기가 알아서 전기료를 줄여주는 시대, 정보기술(IT)과 만난 똑똑한 가전이 밀레가 보는 미래죠.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우리는 주방만 바라볼 겁니다.”

3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0’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42·사진)은 ‘장기적(long-term)’이란 말을 많이 했다. 밀레 회장은 회사의 공동창업주 카를 밀레의 4대손이다. 밀레 회장은 “우리는 다음 분기가 아니라 먼 미래를 생각하며 기업을 경영해 왔다”며 “기후변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전력의 25%를 차지하는 주방가전이 어떻게 전기를 아껴줄까를 고민하다 ‘스마트 그리드(전력망) 가전’을 생각해냈다. 세탁기도 인터넷과 만나 전력을 스스로 아껴주고 똑똑해져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말 그대로 전력망(grid)에 IT를 접목한 미래형 전력시스템이다. 유럽은 전력회사가 국가별로 여러 개이고, 회사마다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제각각이다. 밀레는 세탁기 전기오븐 등을 인터넷과 연결하면 세탁기가 알아서 전기요금이 제일 싼 시간, 싼 회사를 찾아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선보인 셈이다. 이 시스템은 이번 IFA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며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도 스마트 그리드 가전을 유심히 살펴봤다고 한다. 밀레 회장은 “한국도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진다면 검토 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방가전을 인터넷과 연결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덧붙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밀레는 독특한 기업구조로 유명하다. 1899년 기술자 밀레 가문과 금융가 친칸 가문이 만나 111년 동안 가족기업으로 흰색 주방가전만 만들어 왔다. 기술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회사 이름은 밀레가 됐다. 지분은 밀레가 51%, 친칸 측이 49%로 이어오고 있다. 각 가문에서 한 명씩 뽑아 공동회장이 된다. 현재 밀레 회장 외에 라인하르트 친칸 씨가 공동회장이다. 형제끼리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쉬운데 독특한 공동경영 구조를 어떻게 이어올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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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생각이 다를 때도 많아요. 둘이 경영을 하다 보면 갈등도 있죠. 하지만 하나보다 둘이 있는 게 회사를 위해 좋다는 사실은 100년 이상의 역사가 증명해 왔고, 언제나 합의점을 찾아갑니다.”

어릴 때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아버지는 언제나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경영자가 그냥 이어지지 않는다. 자리가 비었을 때 이력서를 냈고, 가족 심사위원회 60명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외부에서 하는 최종 면접도 했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밀레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최근 프리미엄 가전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는 데 대해 “배울 점이 많고, 우리도 삼성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면서도 “우리는 처음부터 프리미엄 시장만 공략했기에 시장은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밀레도 1920년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주방으로 돌아왔다. 그때 50여 개이던 독일 자동차회사가 4, 5개가 된 걸 보면 잘한 선택이었다”며 “앞으로 사람들이 주방보다 거실(TV)이나 거리(자동차)에 돈을 쓴다 해도 우리가 잘하는 것은 주방이므로 한우물만 팔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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