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IFA 2010’ 뚜껑 열린 스마트TV 격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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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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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는 순간 ‘추천 콘텐츠’ 좌르르… TV 제조업체 ‘미디어 허브’ 꿈꾼다

스마트TV는 새로운 제품인 만큼 관람객들의 관심도 많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0’의 삼성전자 스마트TV 부스 앞에서 4일(현지 시간) 관람객들이 스마트TV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베를린=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스마트TV는 새로운 제품인 만큼 관람객들의 관심도 많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0’의 삼성전자 스마트TV 부스 앞에서 4일(현지 시간) 관람객들이 스마트TV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베를린=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0’ 삼성관. 스마트TV 부스 앞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어 안내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리모컨은 어떻게 쓰죠?” “PC처럼 인터넷 검색이 되나요?” 안경을 쓰고 보는 3차원(3D) TV나 스마트폰에는 젊은층이 몰렸지만 유독 스마트TV 앞에는 중년여성, 노부부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IFA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주요 TV 제조업체들이 스마트TV를 두고 격돌하는 격전장이었다. 하지만 스마트TV는 아직도 실체가 모호한 새로운 제품이다. 이전 TV에 비해 뭐가 달라진 건지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다. 그 때문인지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스마트TV는 업체마다 개념이 조금씩 달랐다. 》

샤프, 필립스 등의 업체들은 단순히 인터넷과 연결되는 커넥티드 TV를 내놓기도 했다. TV업계도 무엇이 스마트TV인지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느 방향이 맞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삼성·LG vs 구글 정면승부

‘소비자들은 TV로부터 뭘 원하는가.’

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냈는지가 회사들의 스마트TV 전략을 갈랐다. LG전자 강신익 홈엔터테인먼트(HE) 사장은 “소비자를 소파에 기대고 보는 사람으로 볼지, TV 쪽으로 몸을 세우고 보는 사람으로 볼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쉬면서 TV를 보는 사람과 목적의식을 갖고 보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

삼성은 전자에 초점을 맞췄다. 이경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퇴근 후 지쳐서 TV 앞에 앉았는데, 과연 키보드 치며 뭘 볼지 검색하고 싶을까. 켜는 순간 좋아하는 콘텐츠가 쉽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TV는 인터넷 접속뿐 아니라 집 안의 디지털 기기를 연결해주고, 그 디지털 콘텐츠를 TV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다만 TV는 PC와 달리 가족이 함께 보는 기기”라고 말했다.

LG전자도 편안함을 원하는 소비자를 생각해 쉬운 사용자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너무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골라주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능동적인 소비자 시장도 존재한다는 판단도 하고 있어 자체 운영체제(OS)와 구글의 OS를 함께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니, 인텔과 손잡은 구글은 검색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를 겨냥한다. 구글 TV는 PC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번 전시회에 상용화된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실체가 너무 궁금해서 달려갔는데 단순한 시연용만 있어서 아쉬웠다”며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TV, 미디어 허브로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는데도 TV업체들이 스마트TV에 뛰어들고 서로 ‘눈치’를 살피는 이유는 뭘까. 스마트TV가 콘텐츠 유통사업, 일종의 거대한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기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 스마트TV를 보면 첫 화면에 ‘추천 콘텐츠’ 항목이 있다. 제휴한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코너다. 만약 삼성 스마트TV가 1억 대 팔린다면 결국 1억 가구가 삼성이 추천해주는 콘텐츠를 보게 되는 셈이다. 콘텐츠 회사들은 1억 가구와 만나는 대가로 유통 비용을 삼성에 주게 된다. 삼성전자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이렇게 되면 TV 자체가 미디어가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으면 당장 소비자들이 스마트TV를 찾지 않아도 기존 TV에 관련 기능을 넣어 팔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권희원 부사장은 “가능하면 시장에 빨리 팔아 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추가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력 콘텐츠들이 붙는 선순환 생태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이번 IFA에서 구글 TV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큐리오시티’라는 서비스를 유럽시장에 새로 소개하고 수익모델 발굴에 본격 나섰다. 큐리오시티는 소니판 ‘아이튠스’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부가가치는 구글에, TV 칩셋은 인텔에 넘겨줄 수 없다”며 “한국 업체들이 TV에서만큼은 ‘스마트’ 시장을 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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