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생산확대보다 기술확보가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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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 매년 기술료로 4조원 지불… 경쟁력 한계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세계 6위의 생산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정기술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 업체는 자신들만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단순한 제품 수출 단계에서 벗어나 ‘테크놀로지 수출’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선진국 기술 예속 벗어나야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석유화학 공정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는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를 생산하는 공정기술은 미국 UOP사가 가지고 있는데 이 회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75%에 이른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한국이 선진국에 지불하는 석유화학 제품 공정기술료가 매년 4조 원을 넘는다.

우성일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외국의 공정기술로 공장을 짓고 매출액의 1, 2%를 기술료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원료값도 비싸지는데 앞으로 어떻게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우 교수는 “일본은 한국보다 에틸렌 생산량은 적지만 그 대신 공정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며 “미쓰이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매년 수천억 원의 기술료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주도 기술연구원 설립 필요”

하지만 최근 삼성석유화학, SK에너지, 삼성토탈, 호남석유화학 등 국내 대형 석유화학기업들은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기술 수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의 경우 현재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인 PIC, 오만 국영석유회사인 OTAR 등과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공정 기술 수출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PIC와 OTAR가 건설할 예정인 PTA 공장에 독자 개발한 PTA 생산기술을 이전하기 위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미쓰비시케미컬 등 해외 메이저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PIC 공장의 기술 수출 규모는 총 1500만 달러(약 179억 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석유화학은 3월에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화학회사 사빅의 계열사인 이븐러시드에 1200만 달러(약 143억 원) 규모의 PTA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SK에너지는 7월 말 베트남의 석유화학업체인 BSR의 신규 폴리프로필렌(PP) 공장에 대한 운영 및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가동되는 정유 및 석유화학공장에 SK에너지가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 이에 따라 향후 1200만 달러의 매출 증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자체 개발한 촉매를 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100억 원에 달하는 수입 대체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호남석유화학도 국내 여수생산공장의 증설과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거점의 생산설비를 독자 기술로 채우고 있다.

우 교수는 “최근 신흥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에서도 중국 정부 중심으로 석유화학산업 공정기술을 개발 관리 감독하는 기구가 있다”며 “한국도 산업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 주도의 공정기술연구원(가칭) 등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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