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제일기획 글로벌광고4팀 이현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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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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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척? 누가 알아주나요… 인턴 최대무기는 바로 뻔뻔함

《“제 의지와 열정은 여자의 ‘겨털(겨드랑이 털)’입니다. 면도를 하고 또 해도 계속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면도날이 위협해도 굴하지 않겠습니다.” 지난해 제일기획에서 한 달 동안의 인턴 생활을 거쳐 올해 2월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현우 씨(23·여)가 신입사원 채용 에세이에 ‘지원 의지와 열정을 주변의 사물에 비유해 설명하라’는 과제에 쓴 대답이다. 이 씨는 현재 제일기획 글로벌광고4팀에서 스포츠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씨는 광고회사 신입사원답게 발랄하고 생기가 넘쳤다. 기사와 함께 나갈 사진 촬영을 위해 이동하는 잠깐 동안 만나는 선배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선배들이 먼저 농담을 건넬 정도로 친근해 보였다.

어떻게 인턴 생활을 했기에 선배들이 좋은 평가를 했느냐고 묻자 “얌전히 있지는 않았다”며 의미심장한 대답을 건넸다.》

○ 뻔뻔함은 인턴의 ‘무기’

“선배님, 뭐 도와드릴 일 없나요?”

이 씨가 인턴 때 가장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말이다.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찾는 것이 광고라면 선배들의 니즈를 찾아야 하는 것이 인턴’이라는 게 이 씨의 논리다.

그는 “사실 선배 입장에서는 인턴이 불쑥 그런 말을 하면 부담스러운 게 당연하다. 인턴에게 일을 시키려면 먼저 다 가르쳐야 하니 일을 시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일거리”라며 “하지만 선배들이 시킬 일이 없다고 해도 신규 고객사나 프로젝트의 간단한 배경조사라도 먼저 해서 줬더니 다음부터는 자료 조사나 보고서 작성까지 시켜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선배에게 다가가야 선배들도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씨는 생각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선배들과 토론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인턴을 거쳐 제일기획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현우 씨가 회사 복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씨는“‘최대한 많은 것을 흡수하고 가자’는 자세로 인턴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jean@donga.com
인턴을 거쳐 제일기획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현우 씨가 회사 복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씨는“‘최대한 많은 것을 흡수하고 가자’는 자세로 인턴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jean@donga.com

이 씨는 또 ‘뻔뻔함’을 무기로 인턴 생활을 했다. 그는 “한 달간의 짧은 인턴 생활에서 능력이나 스킬로 어필한다는 게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느껴졌다. 능력을 보일 만큼 막중한 일이 맡겨지지도 않을뿐더러 대학생들이 아무리 잘해 봐야 프로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씨가 선택한 방법은 ‘가능성’을 보여주자는 것. 조직에 잘 어울리고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짧은 기간 생활하는 인턴들은 대부분 선배들과 서먹서먹하게 지내다 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씨는 농담도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다.

단순히 인간관계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업무에도 도움이 됐다. 이 씨는 “인간적으로 소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도 가까이서 배울 수 있었고 선배들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뻔뻔함’은 회의시간에도 계속됐다. 아이디어회의 때도 인턴이라고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이런 것을 얘기해도 될까, 선배들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냥 다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다”며 “어이없는 얘기에는 선배들이 웃기도 했는데 그러면 같이 웃고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적극성을 강조했다.

○ 고된 인턴 생활, 배움의 장으로

이 씨에게 인턴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시간적으로 여유로웠던 대학 생활과는 달리 낮에는 배정된 부서에서 업무를 해야 했고 밤에는 인사팀에서 부여받은 팀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 씨는 “팀원들 시간에 맞춰 모이기부터 힘들었기 때문에 밤늦게 모이는 경우가 많고 자연스레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았다”며 “하지만 광고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끼리 하는 과제이다 보니 힘들다고 얼렁뚱땅 넘어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커피를 사다 마시는 것도 힘들어 24시간 영업하는 커피숍에서 밤을 새운 적도 많다.

한 달 동안 이 씨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것을 흡수하고 가자’는 것. 가려서 배우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지 ‘흡수’하자는 게 지상과제였다. 그는 “의견은 제시하지만 고집부리지 않는 선배들의 일 하는 방식, 특히 생각하는 방식을 열심히 살펴봤다”며 “선배들이 하는 말은 뭐든지 깊게 새겼다”고 말했다.

○ 다양한 경험은 자신감의 밑거름

고려대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이 씨는 대학 때 다양한 경험을 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 패션디자인비즈니스를 복수전공했고 축구동아리 매니저, 밴드 보컬, 대학생 패션잡지 기자, 남성잡지 어시스턴트 에디터, 각종 공모전 참여, 영화제작 동아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통해 배운 것이 많았다. 이 씨는 특히 패션과 광고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패션과 광고가 어느 순간 벼락처럼 머리에 내려진 영감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고민하며 전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사, 경쟁사, 소비자, 시장 분석 등을 철저히 한 후에 그에 맞는 시안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배포가 커진 것을 장점으로 여겼다. 이 씨는 “남들보다 큰 스케일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사고력이 길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간의 인턴 생활에서 배운 것으로 ‘프로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 씨는 “선배들이 끊임없이 강의를 듣거나 책을 보고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소비자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선배들의 모습은 취업이라는 단기적 목표만 보고 있던 시야를 다시 한번 넓혀줬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열린’ 인턴

단순히 스펙을 쌓거나 짧은 기간에 맡은 일만 배우고 가려는 자세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열린 마음가짐을 보이는 인턴이 좋다. 선배, 동료와의 관계도 중요시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와 과제 외에도 관심을 보이는 인턴이라면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럽게 ‘뽑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나쁜 예: ‘사장’ 인턴

인턴에게 관록과 높은 수준의 업무 성과를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요한 것은 결국 태도다. 실수조차 즐거워하며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게 선배의 마음이다. 특히 광고회사에서 소극적이고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인턴다운 신선한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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