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목잡는 지자체 위원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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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개 기업 중 절반…“위원회 때문에 고충”

A사는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택건설허가를 받으면서 80억 원을 날렸다. 지자체 산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이 ‘허용된 기준보다 낮은 층수로 건물을 지으라’며 인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 이유는 그저 ‘낮은 층수가 도시 미관에 좋다’는 것뿐이었다. A사가 수차례 심의를 다시 받는 사이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갔고 결국 A사는 넉 달 만에 위원회가 요구한 대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B사는 한 지자체에 속한 2개의 위원회가 서로 다른 기준을 들이대는 바람에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B사가 개발하고 있는 주택용지와 인접 어린이공원 사이의 2차로 도로에 도시계획위원회는 ‘횡단보도 대신 육교를 설치하라’고 주문한 반면 교통영향평가심위원회는 ‘육교를 제외하라’고 요구한 것.

이처럼 지자체마다 운영되고 있는 각종 위원회가 권한을 남용하거나 심의를 지연하는 바람에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자체의 위원회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절반 이상(52.4%)이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고 25일 밝혔다.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한 기업 중 50%는 ‘사업 추진 지연 및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했다’고 답했고 10%는 ‘사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위원회가 심의를 하면서 개최 일자 등을 지키지 않아 심의를 지연시키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꼽았다. 무리하게 내용을 보완하라고 지시하거나 과도한 기부를 요구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지자체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심의 기준이 불명확하고(46.7%)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이 부족하다(36.9%)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전문성이 부족하다(9.3%)는 비판도 나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지자체 위원회가 △회의록을 공개하고 △심의 기한을 명시하며 △부당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같은 권리 구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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