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적인 인기’ 쏘나타 왜 외면받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0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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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쏘나타에 2.4ℓ급 GDi 엔진을 탑재한‘쏘나타 F24 GDi’ 모델. ☞ 사진 더 보기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는 지난해 9월 17일 국내 시장에 선을 보인 직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본격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1만7906대가 팔려 중형 세단 시장 점유율이 56.4%에 이르렀다. 출시한 지 4개월이 채 안 된 올해 1월 9일 누적 계약 대수가 10만대를 돌파해 국내 자동차 모델 사상 최단 기간 10만 대 돌파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 때까지만 해도 '쏘나타 신화'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판매세가 갑자기 꺾이기 시작했다. 7월에는 전성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469대만 판매돼 시장점유율이 29.2%로 하락했다. 쏘나타의 아성이 흔들리는 이유를 추적해봤다.

●'쏘나타' 이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신차 출시 직후 일시적으로 판매가 늘어나는 '신차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쏘나타 판매 감소세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신형 쏘나타 전 모델인 NF쏘나타의 출시 이후 11개월간 판매 추이와 비교해 보면 신형 쏘나타의 판매 하락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다. 2004년 9월 출시된 NF쏘나타는 그 달에 7514대가 팔린 이후 다음해 7월까지 1달을 제외하고는 7000대 이상 팔렸다.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판매가 반토막 난 신형 쏘나타와 달리 NF쏘나타는 2005년 7월 판매 대수는 8552대로 오히려 출시 직후 보다 늘었다. NF쏘나타의 중형 세단 시장 점유율도 2004년 9월 40%로 시작한 이후 부침이 있긴 했지만 40~45% 수준을 유지했다.

쏘나타는 1985년 10월 등장한 이후 중형 세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모델이어서 자동차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갖고 판매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출시 1년도 안된 쏘나타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반토막이 난 이유에 대해서는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간단히 표현하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타다가 새로운 대안이 나오면서 외면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대안'은 쏘나타가 출시 이후 잇달아 나온 르노삼성자동차 '뉴 SM5'와 기아자동차의 'K5'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쏘나타의 경쟁 모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량 성능이나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쏘나타에 뒤져있었다"며 "SM5와 K5는 차량 성능은 쏘나타와 비슷하면서 디자인은 쏘나타와 결이 달라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격적 디자인과 가격인상의 '후폭풍'

그렇다면 쏘나타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었을까. 우선 쏘나타의 디자인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디자인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의견이 없지 않았지만 초기에 차가 잘 팔리면서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묻혔다. 쏘나타 디자인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 중에는 "처음 볼 때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질린다"는 반응이 많다. 구상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는 "YF쏘나타가 최첨단 유행을 제시한 건 좋았는데 트렌디한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싫증이 나는 단점이 있다"며 "양념이 강한 음식이 처음에는 입맛을 자극하지만 오래 먹다 보면 싫증이 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말했다.

쏘나타의 가격에 대한 불만을 원인으로 꼽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 보다 200만 원 정도 올렸다. 당시 자동차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현대자동차가 국민들을 봉으로 안다", "현대차가 해외에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주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푸대접을 한다"는 식의 비난이 봇물을 이루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월 SM5를 출시하면서 차량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은 쏘나타를 겨냥해 "우리는 소비자들을 생각해 차량 가격을 안 올렸다"고 말했다. 송기홍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컨설팅전략부문 대표는 "가격인상 자체는 합리적으로 판단되지만 현대차가 가격 인상분에 대해 소비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차에 대해 갖고 있던 오래된 불만이 쏘나타 외면으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강남지역 르노삼성차 영업을 담당하는 한 딜러는 "SM5를 구매하는 고객들 중에는 현대차의 품질은 좋지만 현대차 사 주기가 싫어서 오신다는 분들도 더러 있다"며 "차 나올 때 마다 차 가격은 올리면서 소비자를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쏘나타의 판매 부진이 쏘나타가 아닌 현대차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김필수 교수는 "현대차에 대한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쏘타나의 판매 하락이 쏘나타에만 그치지 않고 '아반떼', '그랜저' 등 다른 차급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끌어안기 나서야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을 소홀히 대한다는 불만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보다 해외에서 지출하는 판촉비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국내와 해외 판촉비를 구분하지 않고 지난해 매출액 대비 판촉비가 4.6%라고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와 국내 판촉비를 구분해서 공개하는 기아차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대비 해외 판촉비 비율은 5.0%, 국내 판촉비 비율은 2.7%였다. 1000만 원 짜리 차를 한 대 팔면서 국내에서는 27만 원 쓰는 반면 해외에서는 50만 원을 쓴다는 의미다. 국내와 해외 판촉비 비율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쏘나타가 적게 팔린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래 쏘나타는 1만대 안팎 정도 팔리던 차였기 때문에 지금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적게 팔리는 게 아니고, 오히려 지난해 4분기에 1만5000대 이상 팔린 게 '이상 현상'이었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고객과 노후차 세제 혜택이 종료되기 전에 차를 사야겠다는 고객들이 겹치면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며 "해가 바뀌면서 그런 수요가 없어지면서 쏘나타 판매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설명은 판매량 하락에 대한 답은 될 수 되지만 점유율 하락에 대해서는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한다. 이 관계자는 "점유율 하락은 다른 회사에서 잘 하기 때문이지 쏘나타가 안 팔리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황진영 기자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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