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키코 판매 9개 은행 임직원 72명 징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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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은행 부분책임 첫 인정… 소송 영향 촉각

금융감독원이 환(換)위험 회피 상품인 ‘키코(KIKO)’를 판매한 9개 시중은행 임직원 72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또 금감원은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리는 등 88명의 국민은행 전현직 임원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금감원은 1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키코를 판매한 신한 우리 하나 한국씨티 SC제일 외환 산업 대구 부산은행 등 9개 은행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4명은 중징계인 감봉 조치를, 나머지 68명은 경징계인 견책이나 주의를 받았다.

금감원의 이날 징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면서 사회문제로 불거진 키코 논란에 대해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은행의 일부 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이 중소기업들과 키코 계약을 체결하면서 예상 수출입 규모 이상으로 과도한 규모의 키코 상품을 판매하거나 기존 키코 계약으로 기업이 입은 손실을 정산하지 않고 이를 신규 키코 계약으로 이전시키는 등으로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은행이 기업에 키코를 판매한 뒤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금융회사와 거래하면서 내부 위험통제를 받지 않고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약정한 구간에서 움직이면 가입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상한선을 벗어나면 오히려 손실을 보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기업들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키코에 많이 가입했으나 2008년 환율이 급등하면서 큰 손실을 보자 법원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118개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금감원은 이날 징계가 키코 상품 자체의 불공정성이 핵심인 법원 소송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징계는 기업 손실의 원인인 과도한 키코 계약 등에 대해 은행의 책임을 부분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강 전 행장을 포함해 88명의 국민은행 임직원을 징계했다. 이는 단일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국민은행도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강 전 행장을 포함한 9명은 문책경고나 감봉 등 중징계를, 나머지 79명은 견책이나 주의 등 경징계를 받았다. 강 전 행장은 이번 중징계로 3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게 됐다.

올해 초 국민은행을 집중 검사한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7가지 규정을 위반해 1조1000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고 파악했다. 이 가운데 강 전 행장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인수와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CB) 발행 과정에서 입은 5300억 원 손실에 책임이 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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