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삼성 상생案엔 납품단가가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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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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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단가수준 보장돼야… 대기업-中企 공생 가능

“대·중소기업 상생은 결국 납품단가에 달렸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쏙 빠져 있더군요.”

삼성전자가 7대 상생협력 실천방안을 발표한 16일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정치적 의도가 없어 보이진 않지만 대통령이 강한 의욕을 보인 만큼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상생협력안에 거는 기대가 컸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원자재를 대신 사주는 것(사급제도)도 모자라 2·3차 협력사를 1차로 승격시켜 직거래하면서까지 관리비용을 떠안는 것은 결국 납품단가를 올려주는 것보다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근 원자재가격이 18.8% 올랐는데도 납품단가는 1.8%만 인상되는 등 대기업들이 무리하게 납품단가를 깎고 있다”며 납품단가 현실화를 최우선으로 요구한 바 있습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삼성 등 대기업들이 자금지원이나 사급제와 같은 시혜성 정책만 줄줄이 내놓을 뿐 중소기업에 가장 절실한 납품단가 현실화는 나 몰라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4월 중소기업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단가 후려치기’가 극성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이 제도는 원재료 값이 오르면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납품단가 조정을 요구할 수 있고, 대기업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제재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복수의 거래처를 유지하면서 협력업체들을 힘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납품단가 문제를 공개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간 큰’ 중소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대기업이 나서 납품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중소기업계의 주장만 반영해 납품단가를 무한정 올려줄 순 없을 겁니다. 대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지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까지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납품단가가 3년째 깎여서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은 중소기업 사장의 말을 떠올리면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문제에 좀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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