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특강]노후대비 이것만은<4>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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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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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는…
불안한 ‘하우스 푸어’
전체 자산의 85% 부동산에 묶여…정작 목돈 필요할 땐 우왕좌왕


우리나라 가계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76.8%다. 전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2007년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부동산의 2배 수준에 이른다. 우리나라 자산구조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구조는 어떨까.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올 3∼4월 수도권 거주 베이비붐 세대 500명(비은퇴자 456명, 은퇴자 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전체 자산의 85.3%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구조 불균형 정도가 더 심각한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금융자산의 6배나 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부동산 자산 중 거주 부동산이 91%에 이르러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을 제외하면 수중에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유동성이 취약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체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일 경우 은퇴생활 중 원하는 시기에 부동산을 매각하지 못하면 생활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부동산 거래가 얼마나 활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으로만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게다가 빚을 떠안고 부동산을 샀을 경우 현금유동성이 부족해 자녀가 결혼을 하거나 가족의 병으로 목돈이 필요한 경우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부동산의 가격하락 위험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했지만 대출이자 상환과 집값 하락 때문에 궁핍하게 살게 된다. 거주 주택 하나가 자산의 전부인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하우스 푸어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가 점차 고령화될수록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전문가가 경고한다. 고령화가 일찍 진행된 일본은 1990년부터, 미국은 2007년부터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마무리될 시점인 2020년이 되면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여 주택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금융자산의 비중을 점차 늘려 나감으로써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개선하고 부동산을 유동화해 은퇴자금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지금부터는…

부동산 ‘짐’을 줄여라
은퇴전까지 부동산-금융자산 비중 비슷하게… 주택연금 활용을


부동산자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비거주용 부동산을 유동화하고 거주주택도 규모를 줄이면서 전세 전환, 주택연금 활용 등을 통해 부동산자산을 은퇴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

부동산 비중을 줄여 가계 자산구조를 개선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거나 매매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까지는 은퇴소득을 부동산 임대수익이나 투자수익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부동산시장도 변동주기가 있으므로 점차 비중을 줄여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직전까지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자.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비거주용 부동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는 게 좋다. 토지나 나대지처럼 정기적으로 임대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부동산과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적은 부동산을 우선적으로 유동화해야 한다.

거주주택의 규모를 줄이거나 전세로 전환한 뒤 차액을 생활비로 쓰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세 가격은 실제 매매가격의 50% 정도이고 전세 수요가 매우 많은 경우에는 전세 가격이 약 70%까지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거주주택을 팔고 전세로 전환해 차액을 유동화하면 최소한 주택가격의 30% 이상을 은퇴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규모가 크다면 줄여서 조금 작은 평수로 이사하고 확보된 유동성을 은퇴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해 바람직하다.

투자용 부동산은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으로 전환해 유동화할 수 있다. 리츠나 부동산 펀드 등이 대안이다. 이런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은 소액으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으며 증시에 상장되면 언제든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투자신탁은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연 6∼8%의 확정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투자실적에 따라 성과를 배분하는 방식이라 장기간 자금이 묶이거나 손해를 볼 수 있다.

거주주택 1채만 보유한 경우는 주택연금을 활용하자.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형태로 받은 후 사후에 집을 처분해 대출금을 갚는 제도이다. 부부 모두 60세 이상이면서 9억 원 이하의 주택 1채만 보유한 사람이면 신청할 수 있다. 장점은 평생 부부에게 연금을 제공하고 공적 기관에서 보증하므로 안정성이 있고 이자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아직까지 은퇴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살고 있는 주택이 재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에 적합하다. 미래에셋 조사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19%가 주택연금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주택을 더는 자녀에 대한 상속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본인의 노후자금으로 적극 활용하자.<끝>

조혜진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리=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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