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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건설사들 지급보증 거부… PF사업 올스톱 위기

입력 2010-08-11 03:00업데이트 2010-08-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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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리스크 떠안다간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국내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떠받치던 금융조달 수단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부동산 금융이 올스톱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개발비 31조 원 규모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5조 원 규모의 경기 성남시 판교알파돔시티 등 굵직한 PF 사업들의 개발자금 조달이 흔들리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위기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 PF 사업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가 시공을 맡은 건설사에 무조건 지급보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지급보증을 거부하면서 자금조달이 막히자 PF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의 자금조달 방식을 선진국처럼 바꾸지 않으면 대형 부동산 개발 자체를 기획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리스크 떠넘기기’

10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공모형 PF 사업은 총 50여 건으로 전체 사업규모가 120조 원을 넘는다. 이 중 10여 곳은 이미 사업이 중단됐거나 취소됐고 나머지도 대부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은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땅 소유주인 코레일에 땅값의 일부인 7010억 원을 내지 못하면서 촉발됐지만 드림허브에 출자한 17개 건설사가 자금조달을 위한 지급보증을 거부한 게 좌초 위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판교신도시에 주상복합, 호텔 등 복합시설을 짓는 판교알파돔시티 사업도 출자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땅값 중도금 4332억 원을 내지 못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사업에 출자한 17개 회사에서 지급보증을 요구한 3개 건설투자자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PF 사업 자금조달에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필수요소’로 요청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리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고 시공사는 공사 자체를 맡지만 시행사는 대체로 영세한 형편이었다. 금융회사는 땅값의 10%인 계약금을 내지 못할 수준인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안전판으로 시공사인 대형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게 된 것.

○추가 지급보증은 자살행위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는데도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거부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미 미분양 아파트를 잔뜩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에 지급보증이 들어간 상황에서 대형 PF 사업에 추가로 지급보증을 선다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도 건설사들을 잔뜩 움츠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의 회계기준은 지급보증을 대차대조표의 주석사항으로 표기하는 우발채무로 보지만 IFRS 아래서는 실제 부채로 기재해야 한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 처리를 최우선 현안으로 삼는 것도 IFRS의 적용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금융권도 부동산 경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기존 대출 잔액도 축소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 PF 대출 부실까지 겹치면서 2분기에 수천억 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됐다.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만 해도 각각 1조 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으면서 2분기에 적자를 냈다. PF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새로 부동산 PF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중단된 지 꽤 됐고 현재는 기존 대출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급보증을 하지 않으려는 건설사와 PF 대출을 중단한 금융회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국내 대형 건설프로젝트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자기자본비율 높은 시행사가 대형사업 맡아야 ▼
○ 새 부동산 개발금융 시스템 절실

건설사들의 지급보증 거부가 부정적인 영향만 낳는 것은 아니다. PF 사업으로 추진하는 아파트 건설의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는 지급보증을 선 뒤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적용을 받으면서 다른 건설사로 시공사가 바뀌었다. 새 건설사는 지급보증 대신 책임준공 방식으로 공사하면서 당초보다 공사비를 16.6% 줄였다. 신영석 한국부동산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면 ‘갑’의 위치에서 시행사에 여러 가지 주문을 하고 시행사는 이를 사업비에 떠넘겨 전체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앞으로 자본 여력을 갖춘 시행사가 대형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는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총사업비의 15∼30%에 이른다는 것.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고 벤처 캐피털처럼 부동산 개발사업에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하는 부동산 전문금융이 생겨나야 부실 PF 사업장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대지 조성과 건축 등을 단계별로 나누거나 백화점, 주상복합 등 블록별로 사업을 나눠 진행해야 서로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각자 리스크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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