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차 협력업체 확대안’ 파급효과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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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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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절감 모듈화 역행” vs “제품 경쟁력 향상”

2, 3차 협력업체들을 1차 협력업체로 승격시키는 삼성전자의 상생협력안을 둘러싸고 협력업체들 사이에서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납품구조 변화가 몰고 올 산업적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1차 협력업체 증가가 현재 국내 산업구조의 근간인 ‘모듈화’와 정면으로 배치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2, 3차 협력업체들을 잇는 소수의 1차 협력사들이 납품단가를 낮추거나 대금 지급을 늦추는 방식으로 경영부담을 떠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의 상생협력안이 기존 불공정 거래를 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경쟁력 저하?

모듈화란 2, 3차 협력업체들이 만든 수많은 개별 부품을 1차 협력업체들이 조립해 ‘부품 덩어리(모듈)’ 형태로 대기업에 공급하는 생산방식을 말한다. 모듈화를 거치면 대기업 생산라인에서 부품을 일일이 조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생산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2, 3차 업체에 대한 관리를 1차 협력업체들이 떠맡기 때문에 대기업은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모듈화가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면서 현재 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전 산업계에서 모듈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의 상생협력안에 따라 1차 협력업체가 늘어나면 피라미드 형태로 수직계열화된 납품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는 약 800개, 2, 3차 협력업체는 약 1만 개에 이른다. 협력업체들은 삼성의 상생협력안이 시행되면 ‘2차 업체→1차 업체→삼성’으로 이어지던 납품구조가 ‘새로 진입한 1차 업체(기존 2차 협력사)→삼성→기존 1차 업체→삼성’의 복잡한 단계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즉 삼성이 새롭게 1차 협력업체로 편입된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직거래로 납품받은 뒤 이를 모듈업체(기존 1차 협력사)에 넘겨주면 모듈업체가 이를 조립해서 다시 삼성에 공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때 기존 2차 협력사는 삼성과 가격협상을 직접 벌이기 때문에 단가 후려치기의 위험에 덜 노출될 수 있지만 삼성으로선 공급망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전 세계 산업계가 원가절감을 위해 모듈화를 진행하면서 1차 협력업체를 줄이는 추세”라며 “만약 삼성이 1차 협력사를 늘리면 상당한 관리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무리한 중소기업 지원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며 “무조건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민간기업 연구원도 1차 협력사 확대가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 상생협력안은 모듈화와 정반대되는 것으로 원가절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1차 협력사를 늘리기보다 삼성의 1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처럼 정보와 자금을 지원해주는 네트워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1, 2차 협력사 ‘윈윈’?

반면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모듈업체를 거치지 않고 삼성이 2차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직접 납품받을 수 있는 분야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상생협력안이 모듈화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1차 협력사 확대로 공정거래 관행이 정착되면 결국 1차 협력사들에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2차 협력사가 1차 협력사로 승격돼 각종 지원을 받으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 대표는 “아무리 뛰어난 부품을 개발해도 1차 협력사를 통해 삼성 협력업체로 등록되지 않으면 납품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협력업체 등록기준을 유연하게 바꿔 기존의 1차 협력사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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