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먹은 황소, 힘차게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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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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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어닝서프라이즈 세계증시 달궈… 코스피 2년 만에 최고치

《세계적으로 기업 실적의 호조세가 뚜렷해지고 남유럽 재정위기 등의 악재가 수그러들면서 ‘황소(강세장)의 본격 귀환’을 점치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한동안 방향성을 잡지 못했던 미국 증시가 13일(현지 시간) 알코아, 인텔 등 업종 대표 기업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 발표로 후끈 달아오르면서 훈풍은 한국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로 번져 갔다.》

강력한 ‘인텔 효과’

10년 만에 최대 순이익
유럽 악재도 해결 국면

한국증시 ‘레벨 업’ 기대

외국인 ‘바이코리아’ 움직임
박스권 탈출 대세상승 낙관

무디스가 이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두 계단 떨어뜨렸지만 남유럽 재정위기가 더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을 짓눌러왔던 글로벌 악재들의 파괴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글로벌 경기둔화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탄탄한 기업실적을 바탕으로 한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레벨 업(수준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1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93포인트(1.32%) 오른 1,758.01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지수는 2008년 6월 18일(1,774.13) 이후 거의 2년 만에 최고치다. 일본 닛케이종합주가가 2.61%, 대만 자취안지수가 1.54% 오르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상승 흐름에 동참했다.

아시아 증시 상승세를 이끈 건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와 세계 1위 반도체기업 인텔의 놀라운 실적 발표였다. 항상 미국 실적발표 시즌의 문을 여는 알코아는 2분기 순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18% 높았고 매출액도 22% 늘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 인텔은 10년 만에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순이익이 28억9000만 달러로 분기 순이익이 25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3분기 매출액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나쁘지 않다’는 신호를 주면서 경기가 꺾일 것이라던 정보기술(IT)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이선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인텔이 3분기 기업용 PC시장에 대해 상당히 좋은 전망을 내놓은 것은 기업들이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반기에 꺾일 것으로 예상된 반도체 및 IT 경기 전망에 대해 시장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이날 3.52% 올랐고, 하이닉스는 3.41% 상승했다.

이날 미국 증시 훈풍이 ‘반짝 바람’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남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사상 최대의 기업실적을 시장에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1,500∼1,750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주가가 한 단계 상승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내놓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실적이 3분기 이후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세계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게 형성됐다”며 “하지만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줄어들면서 호전된 실적을 믿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증시의 방향타 역할을 해온 외국인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14일 외국인투자가는 연중 가장 많은 910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가가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25일로 예정된 유럽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낙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대거 ‘바이 코리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을 신흥국이 이끌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전망이 잇따르면서 한국 등 신흥국 투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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