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막고 내부 추슬러 ‘리딩뱅크’ 거듭날까

  • Array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대내외 악재 속에… KB금융 어윤대호 13일 출범

5년9개월 ‘장기집권’하며
지주회사 전환작업 주도
강정원 행장 쓸쓸한 퇴장

“외부에서 은행장 후보를 놓고 청탁이 들어온 일도 없고,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는 일부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차기 행장은 능력 위주로 뽑되 직원 의견을 반영하겠다.”

1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K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하는 어윤대 회장 내정자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이 발언은 어 회장이 이끌 ‘KB금융호(號)’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과 정치권의 금융권 인사 개입 의혹 등 각종 악재가 KB금융을 휘몰아치면서 회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이를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관심은 어 회장의 취임이 국내 은행산업 재편에 미칠 영향보다 그가 KB금융이라는 거함의 함장으로서 제대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에 더 쏠리고 있다. ‘최고경영자(CEO)형 대학총장’으로 명성이 높았던 그가 대내외 악재로 위기에 처한 KB금융을 구해낼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어윤대 앞에 놓인 ‘암초’

실제로 KB금융은 2008년 지주회사로 출범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의 당사자가 핵심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하청업체 대표인 데다 지난해 말 KB금융 회장에 이어 조만간 실시할 국민은행장 인사(人事)까지 정권 실세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임직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 회장의 취임으로 10개월간 이어지던 CEO 공백사태가 끝나고 새 출발을 한다는 기대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 회장 취임 하루 전인 12일만 해도 민주당의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위원들이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을 찾아와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강정원 국민은행장 및 2명의 부행장과의 면담을 요구해 임직원들이 진땀을 빼야 했다.

외풍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 회장이 치유해야 할 KB금융의 속병은 훨씬 깊다. 자산 기준으로는 간신히 우리금융그룹에 앞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신한금융그룹에 밀려 ‘리딩뱅크’의 지위가 흔들리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덩치만 컸지 생산성이 떨어지는 조직이라는 걸 어 회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최근 내부 임직원들에게 이와 관련한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의 반발도 거세다. 국민은행 노조는 “어 회장이 우리금융그룹 등과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경우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어 회장은 “당분간 M&A를 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노조 측은 어 회장을 ‘낙하산 회장’이라고 지칭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물러나는 강정원 행장


어 회장 앞에 놓인 악재는 13일 사퇴하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유산(遺産)’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들은 그가 은행장으로 재임했던 5년 9개월 동안 벌어졌던 일이어서 행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에서 고위 임원을 지냈던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강 행장이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며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최대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 측 인사들을 영입함으로써 ‘인맥 갈증’을 해소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행장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무관하게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2004년 10월 국민은행장에 취임한 뒤 2005년 금융권 최초로 2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고 3년 연속 ‘2조 원 클럽’에 국민은행의 이름을 올렸다. 또 재임기간 중 각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했고 2008년에는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주도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