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分社 바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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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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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0일 배 설계를 담당하는 기술본부를 분리해 TMS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분사(分社)를 통해 한진중공업은 3700여 명이던 직원이 3500여 명으로 줄어 인건비 부담을 덜게 돼 수주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상선 설계를 넘겨받은 TMS도 자체 설계 능력이 없는 다른 조선소로부터 수주를 하면 분사하기 전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이달 1일 동부하이텍의 농업 부문을 분사해 동부한농을 설립했다. 농약 점유율 1위인 동부한농은 분사를 계기로 점유율 2위인 비료, 종묘와 동물약품 등에서도 국내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 회사 체질개선
인건비 줄고 의사결정 빨라
수주-판매 경쟁 한발짝 앞서

최근 국내 산업계에 사업부를 분리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분사 바람이 불고 있다. 한진중공업과 동부하이텍 외에도 LS산전, 삼성테크윈 등이 올해 회사를 분리해 신설 법인을 만들었고, SK에너지도 최근 분사 계획을 발표했다. 예전엔 불황 극복을 위해 부실 사업부문을 떼내 몸집을 줄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래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분사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지만 사업부의 성격이 다른 경우 각 사업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를 분리한다. LS산전과 LG화학이 그런 사례다. LS산전은 올 4월 동관, 스테인리스 파이프 등을 생산하는 금속사업부를 분리해 LS메탈을 설립했다. LS산전 관계자는 “1999년 LG금속 합병을 계기로 10년 이상 동관과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생산 판매했지만 LS산전의 주력사업인 산업용 전력자동화 사업과는 업종 성격이 다르고, 시너지 효과가 적었다”며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분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 미래 성장전략
사업성 좋은 부문 따로 떼내
분사 前보다 알짜회사 육성

LG화학은 지난해 4월 건축자재 등 산업재 사업부문을 떼내 LG하우시스라는 건축자재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화학 분야와 건축 자재의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LG하우시스는 건축장식재, 생활소재, 자동차 부품 및 원단 등을 주로 생산한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2001년에 LG생활건강을, 2002년에 LG생명과학을 각각 분사해 알짜배기 계열사로 키운 경험이 있다.

SK에너지 구자영 사장은 내년 1월 정유와 화학 사업을 각각 100% 자회사 형태로 분사한다는 계획을 20일 발표했다. SK에너지도 지난해 10월 윤활유 사업을 떼내 SK루브리컨츠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경험이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규모를 줄여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위해 분사를 하기도 한다. 삼성테크윈은 카메라와 정밀기계 사업부문을 분할해 이를 전담할 회사인 ‘삼성디지털이미징(SDIC)’을 올 2월 설립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SDIC를 합병했다.

3- 투자자금 확보
신설한 회사 지분 일부 팔아
부채 상환-M&A 실탄 사용

두산인프라코어는 방산 분야를 떼내 설립한 두산DST의 지분 49%를 지난해 6월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겪던 자회사 밥캣의 증자 대금으로 활용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분사를 단행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한농 지분 일부를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2분기까지 735억 원의 적자를 냈던 SK에너지의 윤활유 사업 부문은 SK루브리컨츠라는 새로운 간판을 단 뒤 올해 1분기(1∼3월) 503억 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실적 개선의 주된 이유는 선진국에서의 제품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지만 분사 후 윤활유 사업에만 전력투구할 수 있게 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LG하우시스는 분사 전인 지난해 1분기 매출이 4100억 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54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분사한다고 저절로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8년 12월 31일자로 방산 부문을 떼내 두산DST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분사한 뒤 두 회사의 실적 합계액이 분사하기 전보다 줄었다. 분리된 후인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은 2조6632억 원, 두산DST는 7060억 원으로 매출 합계액이 분리되기 전보다 5941억 원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2252억 원, 두산DST 603억 원으로 두 회사 실적을 합쳐도 분리되기 전인 2008년 3473억 원에 비해 618억 원이 줄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로 분사 전에 비해 실적이 다소 줄었지만 앞으로는 두 회사 모두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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