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봉한자 박한신 대표, “한자 학습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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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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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된 제자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학원으로 찾아왔다. 회포를 푸는 과정에서 한 제자가 아주 의기양양하게 속성 학원에서 2개월 공부해서 한자 2급을 취득했다고 자랑했다.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도 들었지만, 한자 실력이 궁금하기도 해서 ‘한신(漢神)’을 한자로 써보라고 했다.

무척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漢’자를 ‘韓’으로 쓰고, ‘神’자는 아예 쓰지도 못했던 것이다. ‘韓’을 쓸 때는 뒤에 있는 ‘가죽 위(韋)’를 완성 못했기 때문에 더 기가 찼다. 거리에 있는 한자 간판도 제대로 읽어 내는 것이 없었다.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기분이 많이 상하고 말았다. “다음부터는 어디 가서 2급 취득했다고 말하지 마라. 네 한자 실력은 2급이 아니라 5급이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한자 실력은 형편없어도 2급을 취득하는 것에만 2개월 몰두하면 취득이 가능하기는 하나 보다. 하지만 저렇게 2급을 취득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지 의문이 든다. 비싼 학원비에 투자한 시간을 고려한다면 결과가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개월 동안 수업을 포함해서 수백 시간 한자를 들입다 외웠기 때문에 평생 한자라면 보고 싶지도 않을 텐데, 이러한 학습은 개인에게 유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큰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제대로 한자를 배웠다면 어떤 학습 성과를 내야 하겠는가? 올바른 한자 학습의 목표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선, 2급을 취득했다면 한국어 어휘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말은 50~70%가 한자 어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자 학습은 이러한 어휘들을 어원학적으로 정리해서 한국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2000자를 단순하게 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라도 제대로 된다면 스승이 제자에게 화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풍성한 문학 창작 활동을 학습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문학과 예술에 두각을 나타냈던 문화 민족이었다. 문자 이전의 시기에는 그림과 조각을 통해 그 탁월성을 입증했고, 한자를 통해서는 중국에 버금가는 한문학을 꽃피워 그 우수성을 자랑했다.

이러한 명맥을 잇는다는 차원에서 한자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한자로 일기를 쓸 수 있어야 하고 한시 작문도 가능해야 한다. 아울러 한자로 이루어진 고전을 막힘없이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한자 학습이 문학 활동의 시발점이 될 때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어휘 쓰기와 문학 창작이라는 학습목표 이외에 필요한 것이 내신 한문과 수능 한문에 도움이 되도록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중요한 학습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한자를 배워갈수록 한문 실력이 자라야 하고, 내신과 수능 한문을 공부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기초 실력을 키워야 한다. 끝으로 한자를 배울수록 더 높은 단계를 공부하고 싶은 학습 의욕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한자 공부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도록 지적인 흥미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한 학습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는 말이 있고, ‘사흘 길을 하루에 가다 열흘을 앓아눕는다’는 말도 있다. 당장 자격증이 필요한 사람들은 속성으로 끝내는 한자 강의의 유혹이 크게 다가오겠으나, 위에 소개한 교육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전문 교육 기간에서 한자를 제대로 배워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출처 : 석봉한자 박한신 대표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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